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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의 일상

고향 후배들과의 만남

by 빠피홍 2022. 10. 7.

 

고향 후배들과의 만남

 

 

집사람이 마침 쉬는 날이어서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는 딸아이의 시댁 사돈내외와 점심을 같이 하기로 한 날이다. 퇴촌 장어구이 집에서 만나기로 하여 식사를 하고 있는데 마치 자석에라도 이끌리듯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고향 후배인 이 영호와 눈이 마주쳤다. 김앤장 로펌에서 고문으로 재직했던 울릉도출신 인물전에 나올만한 멋진 후배다. 울릉중학교 동기생들과 함께 놀러왔다고 했다. 그들이 있는 옆자리로 가자 내가 좋아하는 후배들이 모여 있었다. 김 유탁, 장 종한도 함께 있었다. 유탁은 종종 보는 편이지만 종한은 수십 년 만에 만나게 되어 정말 반가웠다. 그 외에도 몇몇 아는 후배들과 여자 친구들과 함께였다.

 

우리 집 옆에 있는 물안개공원에 가려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곳까지 와서 날 찾아와 차라도 한잔 마시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데 그냥 살짝 왔다가 갈 요량이었나 보다. 사람이 너무 많아 폐를 끼칠 것 같아서라고 내게 연락을 취하지 않은 변명을 했다. 집을 모르는 것도 아니어서 약간은 서운했으나 조금 후 모두 차 네 대에 나누어 타고 집으로 왔다.

 

마침 집사람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술 마시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고 전부 커피와 물만 요구한다. 커피, 한과, 과일, 삶은 토종밤 그리고 명태말린 것 등을 내놓고 따가운 가을햇살을 받으며 이런저런 고향 울릉도 이야기를 나누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정말 우연히 만난 반가운 고향 후배들이었다.

 

그리고 보니 모두 스무 명 가까이가 수도권에 살고 있었다고 한다. 몇 사람은 세상을 떴고 지금도 많이 있다고 한다. 참석 못한 동창 중에 김 광록, 김 재학, 김 재봉 등은 내가 익히 알고 있는 후배인데 모두 이 영호와 같은 동기인줄은 미처 모르고 있었다. 그 좁은 울릉도에서 중학교 동기생들이 이렇게 많이 수도권에 살고 있었는지 정말 놀랍다.

 

나 혼자 있었으면 후배들에게 따뜻한 차 한 잔 대접도 제대로 못했을 텐데 집사람이 있어서 정말 좋았다. 서너 살 아래인 그들이 생면부지의 서울에 정착하여 모두 여유 있는 삶을 누리는 것 같아 보기가 좋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것이 이제 그들도 나처럼 늙어 가는 중인가 보다.

 

좋은 후배들과 햇살이 내리쬐는 가을 정원에 앉아 고향 후배들과 차담을 나눌 줄 생각도 못했는데 역시 고향사람을 만나는 것은 즐거운 일인가 보다.

 

 

@2022년9월27일

 

 

▲사돈내외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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