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H KIM에서 TOM KIM으로
20살의 PGA프로 골프 선수인 ‘김 주형’의 영어 이름이다.
내가 골프를 그만둔 지 오래되었고 한국 남자들의 성적도 신통치 않아서 틈이 나면 여자들의 경기를 가끔 볼 뿐 남자들의 경기는 거의 보지 않는 편이다. 우연히 JTBC 채널을 돌리자 J.H KIM이라는 다부지게 생긴 젊은 한국인의 이름이 상위에 올라 있었다. 어디에서 본 듯한 얼굴이었는데 ‘THE OPEN’에서 몇 차례 화면에 비치던 그 청년이었다. 이 젊은이가 지난 8월에 열린 PGA윈덤 챔피언십에서 우승했을 때만 해도 이렇게 빨리 성장할 줄은 몰랐었다.
이번에는 10월9일 라스베가스에서 열리고 있는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 이다.
3일째 미국인 캔틀레이와 동 타를 이루며 최종 날을 맞이했다. 골프를 TV화면으로 보는 것이 이렇게 재미있을 수 없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똘망똘망한 눈으로 샷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그의 모습이 너무나 대견스러웠다. 긴 퍼트도 쑥 들어갈 것만 같은 느낌이다. 한 때는 2타 차로 여유 있게 나서다가 종반이 다가올수록 점수 차가 줄어들면서 17번 홀인가에서 동타가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18번 홀. 캔트레이가 날린 드라이브 샷이 낮게 깔리면서 웨이스트 에리어에 떨어지는 순간, 난 주먹을 불끈 쥐며 벌떡 일어나서 큰 소리로 외쳤다. 이거야! 라고. 세계 4위인 캔트레이가 우승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었을까 결국 트리풀 보기를 하고 김 주형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렇게 통쾌할 수가 있을까? 최근에 이런 즐거움을 맛본 것이 얼마만이던가?
스마트폰으로 중간 중간 사진을 찍으면서 김 주형이라는 젊은 친구를 생각했다. 영어를 그렇게 완벽하게 잘 할 수가 없다. 골프코치였던 그의 아버지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중국, 필리핀 그리고 호주 등에서 지냈고 자연스레 영어와 골프를 하게 된 것 같다. 역시 어렸을 때부터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그리고 국내에서 머물지 않고 해외로 다니면서 고생을 한 경험이 이런 결과를 낸 것 같다.
왜 젊은이들이 국내에서만 머물며 넓은 세계를 탐험하고 도전하지 않느냐는 것이 평소 일관된 나의 주장이었는데 김 주형은 비록 아버지의 뜻이었겠지만 세계를 일찍부터 터득한 것 같다. 갑자기 손자가 생각났다. 언제나 세상이 그렇지만 돈과 권력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어린 손자도 일찌감치 깨닫도록 무언가를 시작해야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더욱이나 스코어 상단에 한국인 네 명의 이름이 선명한 태극마크와 함께 동시에 올라있는 것 또한 오랜만에 맛보는 즐거움이다.
정말 기분 좋은 날이다. 오랜만에 이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2022년10월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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