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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마시며

올림픽 공원

by 빠피홍 2022. 10. 13.

▲ 올림픽공원 내 노랑코스모스밭 앞에서. 왼쪽부터 이병철,이순복,김호섭,성범모,진재석,윤정인, 홍상표,심순구

 

 

올림픽 공원

 

 

잠실 올림픽 공원에 있는 ‘평화의 문’에서 만나기로 했다. 11시에 모이기로 했는데 정시에 여덟 명이 모였다. 꽤 많이 모인 셈이라고 한다. 오래 전부터 해오던 농경과 64 친구들의 산행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모두가 산을 오르기에는 무리여서 그저 가벼운 걷기만 하는 것이다. 작년과 달리 금년에 들어서는 하루 5천보 정도도 힘들 지경인데 오랜만에 1만7천보나 걸었다.

 

내가 잠실에 오래 살았지만 올림픽공원 뒤쪽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는데 이건 완전히 별천지였다. 기껏해야 공연장이나 있고 야산이 있는 그렇고 그런 휴식 공간으로만 생각했었는데 규모도 클 뿐 아니라 공원으로서도 아주 훌륭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평일인데도 많은 시민들이 모여 제법 북적이고 있다. 건너 쪽에는 롯데타워가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농경과 산행하면 이 병철 친구 아니던가? 그는 끊임없이 산행을 주선하고 모임을 이어왔다. 어떤 모임이든지 누군가 앞 장 서지 않으면 소기의 성과를 기대할 수 없는 일이고 보면 그야말로 오랜 시간 줄기차게 우리 과 친구들을 이끌며 산행을 이어온 것이다. 산행공지가 있을 때 마다 자주 가고 싶지만 시골에 있는 나로서 우정 서울까지 가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다. 버스와 전철을 몇 차례 갈아타고 약속장소에 도착하는 것이 정확하지 않을 뿐 아니라 긴 시간 참는 것도 또한 예전 같지 않아서이다.

 

어제 보고 오늘 또 보게 되어도 약속한 장소에 정시에 만나면 늘 반갑다. 다른 학과의 친구들 모임은 어떠한지 모르겠으나 우린 수십 년을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고 골프도 오랫동안 같이 했고 산행도 세일 수 없이 많이 했으니 아마도 이런 것들이 농축되어 애틋한 정(情)으로 겹겹이 쌓이게 된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서로를 인정하고 이해하고 그리고 그리워하는 우리네 친구들의 긴 여정에 마침표가 다가오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아닐까? 모두들 학교를 떠나 가정을 갖고 힘든 세파를 이겨내고 이제 모든 걸 내려놓고 유유적적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평일에 만행(漫行)을 한다는 것이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모두들 건강했으면 좋겠다.

 

토성 둘레길을 걷는데 길가에 핀 빨간 꽃을 보고 화투에 나오는 ‘칠 홍사리’라고 김 호섭 친구가 일러준다. 내 젊은 시절 얼마나 많이 화투장을 가지고 놀았던가? 중학교 3학년 시절 겨울 밤 AFKN 라디오를 털어놓고 밤 새워 치던 구삥 놀음, 민화투 놀이와 고스톱 놀이 등이 ‘칠홍사리’ 이야기를 듣는 순간 밤 세워 화투짝 두드리던 철부지 시절 그때가 스쳐 지나간다.

 

노랑 코스모스가 너무나 아름답다.

 

 

@2022년10월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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