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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마시며

오랜만의 모임

by 빠피홍 2022. 10. 5.

 

 

오랜만의 모임

 

 

대학 동기생들이 모처럼 모였다.

코로나19가 가져온 모임 공포증이 낳은 결과다. 모두들 팔십을 목전에 두고 있는 처지여서 조심하는 것이 서로에 도움이 됨으로 지금까지 자제를 해온 셈이다. 그래도 청명한 이 가을에 맛있는 음식을 마주하고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즐거움은 무엇으로 바꿀 수 있겠는가?

 

조 동재 친구가 우리 과 한 해 황 민영 선배와 함께 조금 늦게 참석했다. 난 잘 모르는 분이나 많은 친구들이 알고 있는 듯 했다. 모두 열두 명이 모였다.

 

모두들 한 두 개의 질병들은 다 가지고 있는 듯 보이고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친구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 나도 예외일 수는 없다. 평소에 잘 나오던 몇몇 친구들이 나오지 못한 걸로 보아 노인네의 삶이란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이 아님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누구는 병원 약속에, 누구는 걸음걸이가 불편하여 등등의 사연이 점차 늘어나는 걸 보면 이 모임도 머지않아 엔딩 자막으로 마무리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안암동 모교에 입교한 날로부터 58년이란 긴 세월을 모두 함께 해온 셈이다. 100회가 넘는 산행과 그 이상의 골프모임 그리고 부부가 동석하는 연말 송년회가 엊그제 일만 같은데 벌써 이렇게 많은 세월이 지나가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사진을 보니 모두 희끗희끗한 머리에 주름진 모습들로 변했다. 이미 저세상으로 떠나버린 친구들이 하나둘 생각이 난다. 다음 모임에는 많은 친구들이 빠지지 않고 참석할 수 있도록 서로가 연락을 취했으면 좋겠다.

 

박 춘부가 어찌 웃기는지 금년에 웃을 량을 이날 모두 소진했는지 모른다. 덕분에 한참 웃었다. 그가 서사시를 읊어대듯이 운율을 갖고 큼직한 제스처를 쓰며 쏟아내는 울림은 하나의 랩소디였다. 부디 건강을 잘 챙겨 우리들에게 오래도록 웃음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2022년9월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