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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계은숙(桂銀淑)

by 빠피홍 2016. 2. 15.




계은숙(桂銀淑)

 

 

평소 울사모카페의 편집위원인 유영준박사가 이런저런 흘러간 노래를 자주 실어주어 즐겨 듣곤 한다. 내가 음악에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인터넷을 뒤져 다운을 받을 만큼 열성적이지 못한 탓에 자연 수동적이 되어 내 귀에 들어오면 듣곤 하는 편이다.

 

며칠 전 가수 계은숙의 노래가 유박사 코너를 통해 눈에 들어왔다.

1996년 일본에서 개최된 콘서트실황을 모은 노래였다. 아주 오래 전 어렸을 적 TV에서 보았던 계은숙은 약간 통통한 모습이었는데 오늘 본 그녀의 얼굴은 약간 야위어 섹시해졌을 뿐 아니라 그녀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는 정말이지 깊숙이 빨려 들어갈 만큼 매력적으로 변해있었다.

 

최근 그녀가 병든 몸으로 고국으로 돌아와서 재기를 꿈꾸다가 외제수입차 구입관계로 사기죄니 뭐니 하더니만 필로폰 복용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있던 터여서 그녀의 애절한 노래는 더욱 내 가슴을 파고 들어왔다. 일본에서의 화려했던 모습과 잡범들 속에서 고개를 떨구고 옥살이를 하고 있을 그녀의 초라한 모습이 대비되어 더욱 안타까웠다. 그것이 인생이라고 치부하기엔 그녀의 존재가 너무 아까웠다. 뭣이라도 도와주고 싶은 심정이 가득했다.

 

이어폰을 끼고 몇 시간째 같은 노래를 되풀이하며 듣고 있다. 같은 노래라도 한국어가 아닌 그녀의 일본어 노래는 짙은 감정을 싣고 더욱 애절하게 다가온다. 영어노래를 들으면 알아듣지는 못해도 한국어로 하는 것과는 또 다른 감미로운 맛을 주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중간 중간 깔끔하고 맛깔스러운 일본말로 관객에게 인사하는 것도 매혹적이다.

쇼트커트 머리와 가냘픈 몸매에 약간 짙은 허스키보이스가 슬픔을 가득 간직한 채 다소곳한 자세로 그녀는 엷은 미소를 뛰며 호소력 짙은 노래를 하고 있다.

 

내가 나이가 들었기 때문일까, 계은숙의 노래가 이렇게 내게 다가올 줄은 전혀 상상도 못했다. 멜론에서 검색을 해보니 총 16곡이 있는데 내가 제일 마음에 들었던 곡은 보이지 않아 다른 곡이나마 몇 곡을 구입했다.

 

엷은 미소와 함께 손을 살짝 들고 몸을 좌우로 가볍게 흔들면서 부르는 あの片想가 너무 좋았는데 멜론에서는 찾을 수가 없다. 아마도 콘서트 당일에 한해서 다른 가수의 노래를 불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도리가 없는 일이다. 콘서트실황을 틀어놓고 1030초경과에 마우스를 맞춰 계속 들을 수밖에.

 

그녀가 귀국하여 YTN에서 인터뷰하던 모습은 콘서트를 하던 서른 초반의 그녀와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난 계은숙을 사랑한다. 그녀는 사랑의 상처가 컸다고 했다. 그리고 신곡도 만들어 다시 이 땅에 서겠다고 했다. 콘서트 마지막 무대에서 ひとつ ひとつ를 정감 있게 부르며 내가 선택한 이 길을 용기를 가지고 계속 걸어가고 싶습니다.”라고 하던 그녀의 말이 내게 찡하게 울려온다. 그녀가 조용히 외치고자 했던 사랑 하나 꿈 하나가 지금은 비록 오십이 넘은 나이가 됐지만 못다 한 그녀의 사랑과 노래의 꿈이 빨리 이루어지기를 정말 기대하고 싶다.

 

끈질긴 일본의 귀화유혹도 거절한채 병든 몸으로 고국으로 돌아 온 그녀다.

그녀가 빨리 회복되어 일본에서처럼 멋진 콘서트를 열었으면 좋겠다.

빨리 달려가서 그녀의 ひとつ ひとつ를 듣고 싶다.

 

계은숙이 있어 노년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을 것 같아 기분이 좋다.

 

@2016215(월요일)








桂銀淑 コンサ 계은숙 콘서트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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