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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작은 음악회

by 빠피홍 2016. 1. 16.


                                                                                                                                        울릉역사문화체험센터의 뒷 쪽 모습



작은 음악회

   

 

지난 1월 초에 울릉역사문화센터에서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일본식 다다미방과 반질반질한 마루하며 오랜 연륜이 묻어나는 고색창연(古色愴然)한 일본식민지 시대에 지은 이층집에서 열린 것이다.

 

이 집은 내가 어렸을 적 울릉도의 제일 갑부라고 하던 이영관(수 년 전에 돌아가심)씨가 일본인으로부터 구입하여 고인이 사망할 때까지 살던 곳이다. 고인께서 이 집을 팔아야 되겠는데 마땅한 사람을 소개 좀 해달라고 내게 부탁도 해왔던 유서 깊은 집이다.

 

내가 고향에서 학생활동을 하던 시절 고인을 명예회장으로 모셨고 매 해 방학 때 마다 찾아뵙고 사업계획을 보고하고 활동비도 타 쓰던 추억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간혹 지나치다 보면 예쁜 딸 들을 멀리서나마 볼 수 있기도 한 곳이었다.

울릉군수 관사(지금은 박정희역사관)와 더불어 울릉도에서는 유일하게 남은 일본강점기 시대의 유산인 이곳에서 음악회가 열린 것이다.

 

지난 가을 이곳을 찾았을 때 책임자로 계시는 허순희 팀장의 소개로 알게 된 것이지만 울릉도의 각종 문화에 대한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자주 모임을 가진다고 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매주 연습도 하고 100권 책읽기 모임도 갖고 야생화전시회도 갖는 등 울릉도 문화의 시작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던 곳이다.

 

이곳에서 병신년(丙申年) 새해 음악회가 첫 테이프를 끊었다는 소식을 듣고 문득 옛 생각에 잠시 젖게 되었다. 참으로 오래 전 일이다. 그게 1965년도 꼭 50년 전 내가 대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당시 매년 여름과 겨울방학이 오면 난 울릉도로 달려가 어린이 글짓기 대회, 연극, 신춘강연회 등을 개최하며 학생활동을 했었는데 그 중 하나로 음악감상회’(우린 그때 그렇게 불렀다)도 열곤 했었다.

 

당시의 울릉도 젊은 남녀들은 기껏해야 라디오를 통해 음악에 접했을 뿐 남녀가 한자리에 모여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때였다. 나의 친척이자 친구같이 오랫동안 같이 해온 홍용표가 클래식 음악에 꽤나 조예가 깊어 울릉도에서 음악감상회를 갖자고 의기투합을 했었다. 마침 서울 남산에 있던 시청각교육원의 원장이 울릉도 출신이어서 쉽게 협조를 얻어 명곡을 위주로 선곡하고 녹음을 하여 울릉도로 들어왔었다.

 

지금 울릉군청이 있는 바로 옆 경찰서장 관사 앞에 일본식 낡은 건물인 울릉문화원이 있었고 이곳에서 우린 대형 소니녹음기를 틀어놓고 음악감상회를 가졌었다.

홍용표가 해설을 맡았고 꽤 많은 젊은 남녀가 모여 즐거운 시간을 가졌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이곳에서 이렇게 매주 연습도 하고 음악회도 여는 것을 보니 감회가 새삼스럽다.

 

그간 울릉도에서 이런저런 음악회가 열렸다는 소식이 간혹 들려오긴 했으나 정서상 울릉도에는 클래식과 같은 음악이 널리 보급될 수 없는 실정이었다. 그래도 2008년의 금난새가 지휘하는 오케스트라단이 한마음회관에서 공연을 하고 간헐적으로 거북바위 마을 음악회나 정유씨의 바이올린 연주회 같은 것이 있기는 했었다. 허지만 모두들 생업에 바빠 관심이 덜할 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은 각자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즐길 수 있어서 음악회가 정례화 되기는 어려운 것 또한 현실일 것이다.

 

이제 울릉역사문화센터가 이곳 문화 활동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줄 것으로 보인다. 단발성이 아닌 지속적인 문화 활동이 허순희 팀장의 열성과 어우러져 쭉 이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오랫동안 교사생활을 했던 내 친구 이용기선생도 최근에 아코디언을 구입했다는 소식도 들은 바 있는데 가까운 시일에 연주단에 입단하여 멋진 연주를 해주길 기대해 본다.

그리고 내게 초청을 해주면 기꺼이 참석하여 옛날 내가 시도했었던 음악감상회의 옛 추억 속이라도 다녀왔으면 한다.

 

@2016114일에

 

지난 1월 체험센터에서 개최된 신년 음악회 모습

   음악회를 주관하고있는 허순희 체험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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