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覆面)과 차벽(車壁)
박원순 서울시장이 ‘복면과 차벽은 아직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완성되지 않았다는 증거’란 입장을 밝혔다.
박 시장은 30일 오후 서울대 박물관에서 열린 ‘시민정치와 거버넌스’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민주주의가 완성됐다고 생각하나, 불만이 있을 것이다”며 “아직 복면이나 차벽, 이런 것들이 있지 않나”고 말했다. 이어 “중앙정부가 좀더 열린 자세로 진압을 해서 시위를 못하게 할 것이 아니라 왜 사람들이 궐기하고 항의할 수밖에 없는지 원인을 찾아내 치료하는 게 온당하다”고 말했다.(2015-11-30 중앙일보)
“이 땅에 복면이나 차벽이 있다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직 미완성이라는 증거다” 라고 박원순 시장이 그의 견해를 밝혔다. 그리고 덧붙인다.
“민주주의의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은 표현과 사상의 자유다. 그래야 개인의 창의성이 빛날 수 있다. 규제와 자유의 제한이 적은 나라는 틀림없이 번영한다. 찬성과 반대가 공존해야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 라고 말이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불법과 무질서가 없는 전제가 되어야 한다는 말은 찾아볼 수가 없다. 불법과 소요, 그리고 폭동 속에 서도 규제와 자유의 제한 운운할 수가 있는지 그에게 묻고 싶다.
그가 왜 이런 공자 같고 예수님 같은, 어느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이 착한 말씀을 새삼스럽게 젊은 청년들, 그것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학생들 앞에서 했을 지가 의아스러웠다.
이 땅에 민주주의가 완성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민주주의가 가장 앞섰다고 하는 미국조차 아직 미완성국가임을 우린 잘 알고 있지 않는가? 민주주의가 완성된 나라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것쯤은 누구나 알 수 있음에도 박시장의 말을 뒤집어 보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꽤나 성숙되어 있는 듯하다.
지구인 모두가 온갖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한걸음 한걸음씩 민주주의에 대한 집념을 불태우다 보면 완성된 민주주의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만 있을 뿐이지 결과는 어느 누구도 확신할 수 없음에도 그는 왜 이처럼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릴 젊은 청년들 앞에서 하고 있는 것일까?
그래도 새정치연합의 문재인보다는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한결 나은 것 같기도 하다. 그는 기자들 앞에만 서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있다고 입만 벙긋하면 거품을 물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가 넘쳐흐르다 보니 이제는 불법행위도 표현과 사상의 자유에 묻혀 마치 민주주의인양 착각이 들 정도다.
서석구 변호사는 “민주주의의 적과 연대한 문재인은 민주주의의 적이다” 라고 그를 몰아붙일 정도였지만 박 시장은 그나마 “복면과 차벽은 아직 민주주의가 완성되지 않았다는 증거” 라는 정도에 그쳤으니 민주주의의 길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기는 아는 모양이다.
“왜 사람들이 궐기하고 항의할 수밖에 없는지 원인을 찾아내 치료하는 게 온당하다”
지난번 광화문에서 발생한 소요사태를 두고 사돈 남 말 하듯이 그가 내뱉은 말이다. 불법을 식은 죽 먹기로 행하는 극단주의에 빠진 이들이 궐기하고 항의하는 원인을 찾아내어 치료한다는 것은 솔로몬도 하느님도 고개를 내저을 일이 아니겠는가? 작금의 현실을 보면 말이다. 박 시장은 이런 말을 하기에 앞서 어떤 시위를 막론하고 법 테두리 안에서 민주시민답게 의사를 표시해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말해야 되지 않겠는가? 대통령을 꿈꾸는 서울시의 수장치고는 정말 무책임한 발언이다.
박원순은 자기가 마치 이 땅의 민주주의 대변자라는 착각에 빠진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2015년12월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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