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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표지 갈이

by 빠피홍 2015. 11. 25.





표지 갈이

 

이공계 관련 전공 서적은 잘 팔리지 않아 출판업계에 인기가 없다. 이공계 교수들이 신간을 내고 싶어도 출판사를 쉽게 확보하지 못하는 이유다. 원저자인 이공계 교수들은 나중에 책을 내려는 욕심에 출판사를 미리 확보해야 한다. 이 때문에 동료 교수와 출판사의 표지갈이를 알고도 눈을 감아준다.

 

교수들은 적게는 1, 많게는 3권씩 남의 저작물을 통째로 베껴 표지갈이 한 뒤 출간했으며 학생들에게 전공서적이라며 판매했다. 이렇게 출간한 책으로 교수들이 얻는 수익은 많지않지만 연구실적 등으로 활용했다. 일부 원저자는 통째로 표절하려는 교수에게 자신의 저작을 그대로 베껴쓰도록 묵인한 대가로 리베이트를 받기도 했다.(연합뉴스 2015-11-24)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도대체 어디로 가는 것일까?

한국동란과 4.19혁명, 박정희 장군의 군사 쿠데타를 거쳐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한 세계 유일의 국가인 대한민국이 어느새 G20에 들어갈 정도의 선진국 대열에 오르고 있음에도 연일 터져 나오는 사건사고를 보면 절로 한숨이 나오다 못해 분노가 터진다. 흙탕 속에서 진주를 찾아 애써 갈고 닦아 놓은 선배들의 노고가 무색해지니 말이다.

 

이번에는 지성으로 뭉쳐진 대학교수들의 분탕질이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하고 있다. 자신의 저술이 아님에도 자신이 저술한 책인 양 책표지를 바꿔 출판하다가 경찰 당국에 걸려들었다는 소식이다. 대학교수하면 곧 책이 아니겠는가? 그들은 연구하는 사람들이고 그 결과물을 책으로, 또는 논문으로 발표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사람들이다. 대학교 교수들이 이런 범법행위를 하고서도 대학 강단에 서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가 있겠는가? 대부분 이공계열의 책들인데 생물학, 화학, 물리학, 환경학 등이라고 한다.

 

본래 이공계열의 학문이라는 것이 수많은 현장체험과 실험 등을 통하여 이룩해내는 결과물일진데 남이 써놓은 책을 마치 자기가 연구한 것처럼 학생들을 속이고 이를 교재로 삼아 강의를 한다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인지 모르겠다. 뻔뻔한 얼굴로 자기가 저술한 책인 척 학생들을 속이면서 말이다. 아무리 좋게 생각한다고 해도 결코 있어서는 아니 될 일이 아닌가?  그들은 적어도 이 땅의 마지막 지성들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200여명이나 되는 교수들이 이런 일에 가담했다고 한다.

 

월급이 적어 생활이 어려웠기 때문에 이런 짓을 저질렀을까? 얼마 전 고위급 장교들의 방산비리가 자주 터져 나오자 한민구 국방장관이 이를 두고 생계형 부정이라고 했다던가? 생계형 부정이니까 수 억 원 대의 뇌물을 받아도 된다는 의미인가. 책 한권 펴내면 5점을 주고 논문 한편 쓰면 3점을 주니 아무런 노력도 없이 교수평점에 유리해지니까 부정을 저질렀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시정잡배도 아닌 대학교 교수가 지성과 양심의 탈을 쓰고 이렇게 똥배짱으로 나와도 되는 것인가?

 

이공계 교수라면 많은 수가 해외에서 공부를 하고 학위를 따서 돌아왔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의 대학에서 세계적으로 저명한 교수들 밑에서 이 못된 짓을 배워온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남의 논문을, 남의 저술을 자기의 것으로 속여 출판하거나 발표한다는 것은 학자적 양심에서는 결코 있어서는 아니 될 마지막 양심의 방어선이 아니겠나?

 

무려 200여명이 범법 당사자에 포함되어있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대학교수들은 썩어도 보통 썩은 것이 아닌 것 같다. 20명도 아닌 200명이 넘는 교수들이 이런 비양심적인 행동을 할 수 있을까? 그 이유가 무엇일까? 간단하다고 한다. 결국 명예와 돈이었다. 이공계열 교수들이 애써 책을 출판해보았자 팔리는 숫자가 한정되어 있고 출판사도 책이 많이 팔리지 않으니까 돈벌이가 안 되고 표지갈이 희망교수들은 책을 쓰는 노력도 없이 손 안대고 코를 풀게 되었으니 3자 모두 꿩 먹고 알 먹는 수단이 이것밖에 없었다는 것이었다. 이 땅에 저작권 따위는 애당초 없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재판정에서 벌금 300만원만 받으면 모두 근엄한 대학교수의 옷을 벗게 된다고 한다.

이번이 이런 못된 관행을 내 팽개칠 절호의 기회다. 대학당국은 철퇴를 내려 과감하게 이들을 모두 대학 강단에서 내 보내야 한다. 이런 부류의 선생들을 한 번의 실수로 치부해서는 아니 될 것이며 저자거리에 끌고 나와 표지갈이 범이라는 딱지를 씌워 뺑뺑이를 돌려야 할 판이다.

 

@2015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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