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하는 한국인…순간을 못 이긴 나
“욱하는 한국인… 순간을 못이긴 ‘홧김 살인. 방화’ 10년새 2배”라는 조간신문의 기사를 보는 순간 이건 날 모델로 하여 기사화한 것 같아 2월13일자 A2 페이지를 찢어서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다른 기사를 대충 훑어보고 자세히 읽어보려는 심산이었다.
난 수년 전부터 어쩐 일인지 화를 낼 사안이 아님에도 큰 소리로 막 따질 듯이 대어 드는 나를 자주 발견하곤 했다. 특히, 기획부동산 여성 사원들이 역세권에 있는 좋은 부동산을 소개해드리겠다는 전화를 갑자기 받으면 난 일단 “내 전화 번호를 어떻게 아셨어요?” 라고 따질 듯이 한 마디 내 던지고는, “그렇게 좋은 부동산이 있으면 선생께서나 하세요.” 라고 비아냥 거리며 끝을 맺는다. 만약 이 때에 상대방이 중얼거리거나 엉뚱한 이야기를 할라치면 난 지체 없이 쏘아붙이고 만다. “왜 쓸데없이 전화질하고 야단이야! 좋은 게 있으면 당신이나 부자 돼!” 라고 말이다.
오늘 기사 면면을 훑어보면 내가 꼭 이런 타입에 속하는 것 같다. 상당부분 내가 이 범주에 들어가는 것이 분명하다.
정신과 의사들은 이처럼 순간을 못 이기는 행동을 ‘충동조절 장애의 일종인 간헐적 폭발성 장애’라고 진단을 하고 있다. 즉, 이는 화가 나는 상황에 비해 과도하게 분노를 폭발하고 공격적 행동을 하는 정신장애로 보고 있는 것이다.
성인의 7.3%가 평생 한번 이상 발생한다고 되어있다. 평생 한번이 아니라 일년에 수십 차례나 되는 나로서는 이는 확실히 중증 정신장애임에 틀림없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무언가 문제가 생긴 것이 틀림없다. 화를 낸 이후에 수 차례 후회를 하곤 하지만 같은 상황이 또 오면 거의 대부분 동일한 대응이 나오곤 한다.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조사했다는 여덟 가지 진단 항목을 보니 세가지가 내게 딱 들어맞는다.
③항의 “상황에 걸맞지 않는 과도한 분노 발생, ⑤ 항의 “자기 행동이 미칠 결과 예측 못 함”, ⑧항의 “후련함 또는 후회 감정 생김”
한 주일 전의 일이다.
마을 부녀회장이 집으로 찾아 왔길래 이장 출마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어 지난 연말 이장선거는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었더니 현 이장이 그대로 하기로 했다고 했다. 난 순간 화가 치밀었다. 엎어지면 코 닿을 곳인데 왜 내게 연락도 없었는지, 또 어떻게 이장으로 재선이 되었는지……몇 가구도 없는 동네에 당연히 날 불러야 할 터인데 말이다.
이장에게 당장 휴대폰으로 전화를 했다.
“이장 선거를 했다는데 왜 내게 연락을 안 했어요?”
“스피카로 했죠”
“스피커 소리가 들립니까? 아니, 엎어지면 코 닿을 곳인데 연락도 없이…,”
이렇게 말이 길어지면서 난 동네가 떠나갈 듯이 큰 소리치면서 이장이 이래서야 되겠느냐는 등마구 대들었다. 물론 이장의 행동이 몹시 괘심 했다. 내 전화번호도 알고 있고, 겨울이라 모두 문을 닫아두고 있는데 스피커 소리는 무슨……. 지금 생각해보면 다짜고짜로 전화를 걸어 화를 낼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이런 상황을 만들고 만 것이다. 날 무시했다는데 결국 화가 치밀었던 것 같다.
내가 왜 욱하고 화를 내는지 간혹 곰곰히 나 스스로를 생각해보았다. 왜 그럴까? 애써 난 그렇지않다고 하면서도 결국 상대방을 무시한 결과로 나의 논리를 내세워 성질을 부린 것이다. 그런데 기사를 보니 나의 생각이 정확히 들어 맞았다. “ 항상, 나만 옳고, 나를 위협하는 상대방을 적으로 간주하여 바로 응징하는 극단적 이기주의가 팽배한 결과”라는 것을.
신년에는 제발 흥분을 하지 말고 따지지도 말고 그냥 모른 척 하자.
*조선일보, 2013년2월13일자의 기사를 보고
@2013-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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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5~6년간 애써 기록했던 내 블로그를 실수로 모두 날려버렸는데 우연히 인터넷에서
다시 발견했다. 내가 2013년에 써두었던 글이다. 반가워서 다시 옮겨 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