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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윤 부근

by 빠피홍 2022. 2. 3.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IFA 2009' 전시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윤 부근사장

 

 

윤 부근

 

1953년생으로 동해의 어느 섬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육지로 나와 서울의 어느 대학교를 다녔으며 고향의 처녀와 결혼도 하였고, 그리고 1978년 이름만 대도 알만한 국내 최대 전자회사에 입사하여 30년 만에 대표이사 사장이 되었다면 그 사람이 누구일까?

이 수수께끼 같은 질문에 궁금증을 풀어놓고 보면 참으로 놀랍기 그지없다. 순서대로 퍼즐을 맞추어 보자.

그는 울릉도에서 태어나 저동초등학교를 졸업하고 한양대학교 전자공학과를 나와 세계적인 메이커인 삼성전자에 입사하여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 사장이 된 ‘윤부근’이다.

 

지난 9월3일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유럽 최대 전자쇼인 ‘IFA 2009’ 전시장에서 “디지털 휴머니즘, 삶 풍요롭게” 라는 화두로 한 기조연설을 통해 그는 전 세계를 향해 외쳤다. 세계 가전업계의 최고 고수가 던진 미래의 꿈이었다. 그가 바로 쉰 세 개의 글자로 된 디지털 기술의 미래를 설파한 것이다.“삼성전자는 디지털 기술에 본연의 가치와 감성을 불어넣는 디지털 휴머니즘을 통해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꿈을 현실로 실현하겠다”라고 말이다.


이 날 윤 사장이 디지털 휴머니즘 구현을 위해 지목한 전략은 바로 ‘5E’다. 이 함축된 전략에 미래의 모든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그의 강한 의지가 녹아있는 듯 하다. 다섯 개의 ‘E’ 로 시작되는 내용은 제품의 핵심가치(Essence), 디지털 기기를 통한 주변 사람들과의 공감대 연계(Engagement),자기만의 느낌과 스타일 표현(Expression), 쉽고 편한 사용경험(Experience)증대, 친환경(Eco)제품 보강 등이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겔 총리가 윤사장과 반갑게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신문을 장식하고 있다. 그녀도 아마 윤사장의 미래의 디지털에 대한 기조연설에 감탄했을 것이다.

윤사장은 2005년 상무에서 전무로, 2007년에 다시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그리고 바로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했다. 1978년에 입사한 이래 그는 TV개발을 시작으로 제조팀장, 개발팀장으로 많은 실무 경험을 쌓았다. 세계 최초의 튜너 내장형 디지털 TV를 일찌감치 개발한 이도 바로 윤사장이다.

그래서 일까, 그는 전형적인 현장 형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그 자리에서 빠른 판단과 함께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다.

 

이제 그가 사장 취임과 더불어 선을 보인 발광다이오드(LED) TV는 현재 전 세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으며 벌써 백만대를 돌파했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다. 사장으로 취임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았음에도 미국시장에서 드디어 일본의 SONY를 제쳤다고 각 일간신문에서 톱기사로 다루고 있다. 판매 수량은 물론, 판매금액과 대당 판매가에서도 세계의 초 일류였던 소니TV를 제쳤다는 것이다. 오래 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미국의 어느 백화점에 갔을 때 구석진 한 켠에 먼지가 뿌옇게 쌓인 채 쳐 박혀 있던 ‘SAMSUNG TV’를 보고 이회장이 울화가 치밀었었다는 이야기가 좀처럼 믿기지 않는 오늘의 삼성TV이다. 이의 해결사가 바로 윤사장이었다.

 

비즈니스위크가 국내 23명의 혁신 기업가로 윤부근 사장을 선정, 발표하면서“친 환경 제품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을 주시해 삼성의 새로운 LED TV제품을 개발했다” 고 그 이유를 발표했다.

 

핸드폰과 초스림형 LED TV의 두께를 비교하고 있다.

 

필자 또한 일찍 고향을 떠나온 지라 저동출신인 윤사장과는 일면식도 없으나 그의 형제들은 익히 알고 있는 터라 윤사장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서도 자세히 물어 볼 수도 있었지만 각종 언론에 나와 있는 그와 관련된 많은 글들만으로도 윤사장의 생각과 채취를 금방이라도 알아 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일전에 사촌 가형으로부터 책 한 권을 선물 받았는데 바로 ‘돌아가는 배’ 자서전이었다. 한국일보 주필을 역임한 김성우씨의 자전적 수필집이었다. 경남 통영시 욕지도에서 태어나 육지로 와서 살게 된 각종 이야기가 수려한 문체와 함께 펼쳐지는 내용 하나하나는 내게 정말 대단한 감동을 주었었다. 이를 읽은 조선일보 조성관 편집위원은 섬사람의 성격을 “섬에서 태어나 바다 바람을 맞으며 성장한 사람에게는 독특한 정서가 있다”라고 표현했다.

김민배 조선일보 국장은 “섬사람들은 더 이상 도피할 곳이 없다는 절박함을 갖고 산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윤부근은 섬사람이었기에 독특한 정서를 지닐 수밖에 없었고 이것이 감성을 불어넣는 디지털 휴머니즘을 통해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꿈을 현실로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지............섬은 섬이지만 남해의 그렇고 그런 섬이 아니라 파도가 일렁이는 망망대해의 외딴 섬이었기에 더 더욱 도피할 곳이 없는 절박한 심정으로 그의 삶을 디자인해 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오랜만에 고향나들이를 한 윤부근 사장과 함께 한 울릉도 어린이들

 

  이 엄청난 기쁨을 어디에다 설명할 수가 있겠는가?

고향의 후배들에게 이만큼 큰 희망을 줄 수 있는 것이 따로 있겠는가? 그가 지난 여름 고향으로 달려가 울릉군민과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을 윤부근 사장의 그 이야기가 듣고 싶어진다. 분명 우리의 울릉도를 짊어지고 갈 그들은 짜릿한 전율을 느끼며 스스로를 다독거리며 긴 호흡으로 다짐했으리라. 윤선배는 영원한 우리의 멘토라고.

이제 대한민국호가 미래의 먹거리를 어떻게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윤부근' 그의 승부수가 기대된다.


가까운 장래에 고향의 친구들과 함께 소주잔이라도 기울이고 싶다. 울릉도에서의 옛 이야기를 나누면서 말이다.

 

@2009-9-16

 

 [게재 후기] 

며칠 전 '울릉도 여인' 이란 소고를 재경울릉향우회의 SNS인 BAND에 올린 바 있는데 향우회  임 종현 회장의 제안으로 '울릉도 사나이'도 소개할 기회를 달라는 댓글이 있어서 생각하던 끝에 별도로 쓰기보다는  대표적인 '울릉도사나이' 라고 할 수 있는 당시 윤 부근 사장에 대한 글이 발견되어 이에 대신할 수 있을 것 같아 다시 올리게 되었습니다. 이 글은 13년 전인 2009년9월16일에 제 블로그와 울사모카페에 게재된 것임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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