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시간의 노동봉사
이건 정말 중노동이었다. 아침 여덟시 반부터 삽과 곡괭이를 들고 작업을 시작한지 꼬박 아홉 시간 동안 잠깐의 점심시간을 빼고는 계속되는 일이었다.
며칠 전 동네에서 만난 큰어르신이 금요일에 잔디를 깐다고 하여 조금 도와주려고 갔던 것이 잔디보조는 아니고 나무식재가 내 담당이 되고만 것이다. 새로 구입한 땅을 정리중인 큰 어르신 앞 땅에 심을 요량으로 나무가 가득 있었다.
서양측백과 측백나무 각각 서른 그루였다. 몇 차례 시행착오를 거쳤다. 1미터 정도의 간격으로 길가 쪽에 나란히 심고 바로 뒤 공간에 한 그루씩 격자 형태로 심었으나 영일수목원의 김 사장이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하여 뒷줄에 심은 나무를 다시 뽑아내었다. 간격도 더 벌려야 한다고 했다. 나무뿌리를 감싼 끈도 자르지 말고 그냥 심으라고 했다. 그리고 발로 밟지도 말라고 했다. 물이 그냥 흘러가기 때문이라고 했다. 몇 차례 다른 의견으로 작업이 지체되었으나 하나씩 심어나갔다. 무수히 많은 크고 작은 돌을 캐내는 것 또한 일 중의 하나였다.
무척 힘든 하루였다. 허리가 부러질 정도로 아프다. 손바닥이 붉게 멍이 들었다. 그러나 보람이 있었다. 큰어르신이 마을을 위해 베푸는 것을 생각하면 이 보다 더한 일도 도와드려야 한다. 일이 끝나고 내게 미안하다고 하며 봉투를 하나 내놓는다. 정중하게 예의를 갖춰 거절을 했다. 이 땅은 개인소유이지만 결국 마을의 소공원이 되는 것이며 그분에게 입은 은혜가 이만저만이 아닌데 하찮은 일 좀 도왔다고 수고비를 받는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말이다.
조금 있으니 소나무를 실은 차량 몇 대와 인부들이 많이 모였다. 이곳에 소나무 세 그루를 심고 이왕에 쌈지공원 앞에 심어둔 오엽송 세 그루 옆에 키 작은 소나무도 함께 심는다는 것이다. 쌈지공원 쪽에 심은 소나무 네 그루는 모두 큰어르신이 배려한 것이다. 돈으로 소나무를 식재했다면 나무 값, 운반비용과 식재 비용 등이 백만 원은 족히 넘었을 것이다.
@2022년4월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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