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하루를
백합이 언제 피느냐고 몇 차례 연락이 온 이후에 대학친구들이 우리 집에 모였다. 다행히 백합이 절정을 이루었다. 이번에는 단톡방을 통해 공지를 했음으로 꽤 올 것으로 예상했으나 나를 포함해서 모두 여섯 명 뿐이다.
늘 오던 몇 몇 친구들, 특히 호섭, 순복, 진호 등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불참하는 통에 무언가 허전한 느낌이다. 병철, 범모, 춘부, 정인, 재석 그리고 내가 전부다.
집사람에게 미리 알려 하림에서 생산된 닭 날개와 다리만을 간장으로 조림하여 술안주로 마련하고 점심은 남강에서 매운탕을 포장주문하기로 했다. 종전의 강변식당보다 내용이 훨씬 충실하고 맛도 있었다. 다만, 식당에서는 나오는 각종 반찬과 밥이 딸려 나오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
정인이가 그간 익힌 판소리 중에 ‘사철가’를 친구들을 위해 멋지게 불렀다. 배운다는 소문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오늘 이렇게 큰 부채를 피며 파란 잔디밭에서 판소리를 하는 모습이 정말 정겨운 풍경으로 다가왔다. 병철이가 부채 두 개를 선물로 가져왔는데 일단 받아 두었다가 나중에 자세히 보니 ‘人香萬里’라는 글에 본인의 낙관이 찍힌 수제부채였다. 바로 전화로 확인했더니 부채를 사서 본인이 직접 붓글씨로 글을 쓴 것이었다. 집사람 것도 직접 만든 것이었다. 이 더위에 딱 맞는 좋은 선물이었다.
4시가 되어 친구들이 돌아가면서 그릇이라도 옮기고 도와주겠다고 했으나 별 것 아니어서 내가 하니 걱정 말라고 했다. 남은 음식을 치우고 그릇을 옮겨 세척하는 등 치다꺼리에 무려 두 시간이나 걸렸다. 아! 이제 나이가 들었구나. 허리가 아프고 힘이 드네. 난 친구들과의 만남이라는 중요성 때문에 조금 수고하는 것쯤이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으나 이제 힘이 든다.
앞으로는 나가서 식사를 하고 집에서는 간단한 술안주와 간단한 음료로 대체해야겠다. 설거지가 이렇게 힘든 것을 처음 느낀 셈이다. 이제 친구들과의 만남도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모두들 나이 들고 기력이 달리는 등 나들이가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살아있다는 고마움 하나만으로도 또 다시 내년을 기약한다.
@2021년1월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