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 송이의 백합
완연한 여름이다. 팔당호수가 바로 옆에 있기 때문일까 시원한 바람은 늘 내게 즐거움을 준다.
7월5일이면 대학친구들이 우리 집 정원에 가득한 백합을 보러온다고 한다. 다음 주 월요일이다. 직전 동기회 회장이 단톡방에 이를 알리고 희망하는 자는 전부 가도 되겠느냐고 한다. 물론이다. 한 해가 달라지는 우리나이에 조금 더 지나면 이웃나들이가 점점 힘들어진다. 먼 곳이지만 친구들끼리 모여서 하루 즐기는 것이 얼마나 좋겠는가?
딱히 백합구경이야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만은 파란 잔디밭에 무성하게 피어있는 백합과 함께 막걸리 한잔 같이하는 즐거움 때문에 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내가 살고 있는 귀여리 옆 분원리에는 맛있는 매운탕집도 많다. 이번에는 제대로 된 민물매운탕 집을 소개하고 내가 쏠 작정이다.
열 개 안팎이었던 백합이 10여년도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800개를 훨씬 넘어선지 오래다. 재작년에 세어보았을 때 800개였으니 그새 많이 늘어났을 것이다. 백합의 종류라고 해봐야 열 종류가 갓 넘을 정도인데 ‘트리움파토어’라는 백합은 매년 많은 새끼를 친다. 가을이면 어김없이 백합 구근을 캐내어 영역을 넓혀주고 있다. 우리 정원의 백합 중 이놈이 거의 90퍼센트를 차지한다.
이 ‘트리움파토어’는 향기도 좋다. 가장자리가 희고 속에는 약간 진홍색의 무늬가 있는 놈인데 다른 무향의 백합에 비하면 내게는 천군만군이다. 백합 두 개에 4천원을 줘야 구할 수 있으니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인가? 백합이 아직 반도 피지 않았는데 주변에 향이 가득하다.
내년에는 쌈지공원에 스무 개나 서른 개 정도 심을 계획이다. 집사람은 누군가가 캐 갈 것이니까 그만 두라고 하지만 올 가을이나 내년 봄에는 시도해볼 작정이다.
@2021년6월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