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선물 손수레와 라임칵테일
10번 구역의 잡초를 제거해야 하는 날이다. 며칠 째 쌈지공원 일로 힘을 빼서인지 내 정원 일을 며칠 빼먹어 잡초 뽑는 시기가 약간 지체된 것 같다. 지난 3월 초 서부해당화 아래에 유박비료를 넉넉히 주었기 때문인지 돌나물이 너무 무성하다. 군락을 이루어 엄청 크게 자랐다.
그동안 꽃이나 나무 밑에 돌나물이 번성해도 잡초보다 낫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그냥 두었는데 이제부터는 몽땅 뽑아내기로 했다. 루드베키아 사이에는 돌나물이 너무 많이 자랐다. 모두 걷어내고 보니 루드베키아의 새순이 가득했다. 돌나물을 이겨내지 못하고 깔린 채 있었던 것이다. 루드베키아 새순은 정원 어디에나 씨가 날아와 번지는 꽃인데 모아서 쌈지공원에 심으면 좋을 것 같다.
무늬비비추 속에서도 잡초가 머리를 내밀고 올라오고 있어 몽땅 뽑아내었다. 허리가 몹시 아프다. 여러 차례 허리를 곧추세우고 심호흡을 하고나서 다시 풀을 제거하는 것이 꽤나 힘이 든다. 날씨는 아침부터 여름이다. 톱풀이 있는 안쪽을 제외하고는 모두 정리를 했다. 이제야 깔끔한 맛이 난다.
네 시 반에 옆집 김교수 집 잔디밭에 모래를 같이 뿌리기로 약속을 한터라 문을 잠그고 나서자 큰 어르신이 차를 세워놓고 문으로 들어오신다. 잠깐 퇴촌에 같이 갔다고 오자고 한다. 김 교수에게는 조금 있다 가겠다고 해놓고 동승을 했다. 손수레를 사러가자는 것이었다.
아침에 큰어르신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손수레는 바퀴가 하나짜리가 좋으냐 두개짜리가 좋으냐는 질문이었는데 내게 손수레를 사주려고 짐짓 자신의 집 손수레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내게 물은 것이었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적은 비용으로 수리도 할 수 있고 바퀴는 튜브리스도 있고 일륜차냐 이륜차냐 하는 것은 습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을 해드렸는데 직접 차를 몰고 종묘사에 가서 손수레를 선물하겠다는 것이었다.
실은 내 손수레가 많이 깨어져 있어 몇 차례 차에 실어 손수레를 수리하려고 시도했으나 차안에 들어가지를 않아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는데 이걸 유심히 본 어르신이 내게 선물을 하고 싶어서 같이 가자고 했다는 것이다. 저녁에 나와서 꽃에 물을 주는가 하면 공원에 나무를 심는다던지 작은 도움이지만 필요하면 도와주려는 나의 뜻이 어르신의 눈에 좋게 보였던 것 같다.
손수레를 싣고 김 교수 집 앞에 내려달라고 했다.
잔디에 뿌리는 모래치고는 굵은 마사토여서 약간 걱정은 되나 잔디관리가 잘 안된 곳이라 괜찮을 것 같기도 하다. 내일 비가 온다고 하니 경과를 봐서 다시 한 번 모래를 뿌려주면 될 것 같기도 하다. 난 몇 차례 김 교수에게 잔디의 중요성을 갈파했다. 일 년에 15회 정도 깎아야 하며 관리를 잘 해야 전원의 참 맛이 난다고 했다. 정말이지 잘 정돈된 잔디는 아침에 일어났을 때 그 녹색의 카펫은 더할 나위 없는 행복감을 주기 때문이다.
간단히 일을 끝내고 부인이 내가 좋아하는 청하와 칵테일 어느 것을 하겠느냐고 묻기에 칵테일을 주문했는데 정말 좋았다. 럼주에 라임을 탄 칵테일인데 입에 맞기도 했지만 땀을 씻겨내기엔 더 없이 좋은 선물이었다. 시골 생활의 맛이란 이런 자그만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비록 땀은 흘렸지만 기분 좋은 하루였다.
@2021년5월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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