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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이야기

쌈지공원 물 주기와 곤줄박이 둥지

by 빠피홍 2021. 5. 11.

 

정원에 맥문동이 한창이다

 

 

쌈지공원 물 주기와 곤줄박이 둥지

 

 

마을 쌈지공원에 심고 남은 꽃을 명성암 스님과 우리집 그리고 큰어르신 집과 몇몇이 조금씩 갈랐다. 꽃집 주인이 분명히 노지월동된다고 하여 구입한 것인데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꽃잎의 모양을 보아 노지월동이 불가능할 것 같아 네이버에 검색을 해보니 춘절국을 제외하고 비벤스와 로벨리아는 노지월동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내가 주인에게 영수증에 ‘노지월동’을 써달라고 하여 확인을 받아두긴 했으나 큰어르신은 이제 와서 따져본들 뭣하겠느냐는 식으로 물러서고 만다. 내가 산 것이라면 전량 반품을 했을 것이다. 내년 봄에 떨어진 씨에서 새싹이 나온다면 다행이겠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 어쨌건 꽃이 당분간 계속 이어진다고 하니 올해라도 만족할 수밖에 도리가 없다.

 

텃밭 쪽에 자리를 만들어 세 종류의 꽃을 심었다. 마침 빈 공간을 채울 수 있어 좋았다.

 

아침에 물을 주기위해 공원으로 나갔다. 겨우내 호스관리를 하지 않아 호스가 터지고 배관도 몇 군데 터져 윗동네의 형님뻘 되시는 분이 각종 연장을 들고 한창 작업을 하고 있다. 이곳이 워낙 추운 곳이라 겨울철이 다가오면 호스의 물도 빼고 하여 겨울준비를 해야 하는데 아무런 조처도 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늘어놓으신다.

 

집에 가서 호스를 연결하는 컨넥터와 분무기를 들고 와서 몇 차례 시행착오 끝에 겨우 물을 줄 수 있었다. 당분간 물을 주어야 한다. 물론 이것은 내가 알아서 하는 자칭 ‘물 담당’이다. 누군가가 할 사람이 없어서다. 이장이나 총무 그 어느 누구도 관심이 없기에 큰어르신에게 내가 약속을 했다. 내가 물 당번을 하겠다고 말이다.

 

큰 어르신이 마을의 대소사를 자기를 희생해가며 노력하는데 난 이 어른의 100분의 1이라도 작은 힘이지만 뒤에서 도와야하는 것이 당연한 도리가 아니겠는가? 앞으로 쌈지공원의 곳곳에 작은 꽃밭을 만들어나가야겠다.

 

며칠 전부터 집 대문 쪽으로 지나가면 곤줄박이가 갑자기 후다닥 내 앞을 날아가곤 하여 처마를 쳐다보아도 아무런 징후가 없어 그냥 이상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작은 우편함을 열어보니 새둥지가 있었다. 집사람이 살짝 열어보니 알이 다섯 개나 있다고 했다. 난 새가 놀랄까 보아 아직 알 구경도 못했는데 나와 눈이 마주치자 후다닥 그 작은 구멍을 뛰쳐나와 도망을 가는 통에 조심조심 또 조심하여 문도 살짝 닫고 발자국 소리도 죽인 채 지나가고 있다. 이제는 이 곤줄박이가 안심을 했는지 놀라 도망가는 일은 없다. 편안하게 알을 품고 다섯 마리 무사히 이소하길 바래본다.

 

 

@2021년5월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