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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마시며

노인이 된다는 것

by 빠피홍 2021. 3. 3.

 

 

 

노인이 된다는 것

 

 

며칠 새 오른쪽 위 어금니가 흔들려서 음식 씹기가 여간 고역이 아니다.

컨디션이 정말 엉망이다. 음식이 닿으면 자지러질 듯이 아프다.

점점 흔들리는 폭이 커져서 동네의 치과에서 이빨을 뽑기로 하고 진찰을 받았는데 오래 전에 박아둔 임플란트가 흔들린다는 것이었다. 난 생 이빨인줄 착각을 한 것이었다. 뺄 것인가를 묻기에 생각해보겠다고 하고선 병원을 나왔다. 병원 안에는 시골노인들이 갑자기 밀려들어오기 시작했고 무언가 어수선한 분위기이기도 하거니와 자칫 뺏다가 일을 키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처음 간 시골병원이어서 어쩐지 믿음성이 가지 않아서였다.

 

금호동에 있는 신 원장에게 전화를 하여 내일 오전 약속을 잡고 자는 도중에 입안이 무언가 이상해서 눈을 떠보니 임플란트가 빠져나와 입 안에 있는 것이었다. 임플란트가 이렇게 쉽게 빠져 나오다니 난 이해가 안 되었다. 잘못 삼켰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하니 아찔했다.

 

신 원장의 부인과 집사람이 수 십 년에 걸쳐 친한 사이로 내가 간혹 가면 늘 공짜치료를 받는 처지여서 가기가 정말 미안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꼭 상담을 받고 싶었다.

빠져 나온 임플란트를 보여주자 임플란트도 자주 빠진다고 했다. 특히 한 개 박은 경우가 그렇다고 하며 내 경우에는 오른쪽 잇몸 쪽이 좋지 않다고 했다.

 

오른쪽 임플란트가 빠진 곳은 당분간 그대로 두고 진작 빠져있었던 왼쪽 어금니 쪽에 임플란트를 새로 심기로 했다. 음식을 씹으려면 양쪽 어느 한곳에는 이빨이 있어야 음식을 씹을 수 있기에 그렇게 결정을 했다. 무려 한 시간 반에 걸친 대 작업이었다. 자세히 묻지는 않았으나 이곳저곳을 클리닉하고, 때우기도 하고, 임플란트 박을 구멍을 뚫고 실로 꿰매는 등 신 원장의 힘든 작업이 계속 되었다. 너무 고마웠다.

 

열흘 후에 실밥을 풀고 새로 임플란트를 박을 것이다. 정말 오랫동안 정기적으로 치과에 다니면서 열심히 클리닉을 받아왔는데도 나이는 어쩔 수 없는가 보다. 신 원장의 말로는 평생 두 개의 보험이 가능하며 보험으로 처리하면 부담이 줄어든다고 한다.

 

 

잠깐 나가보니 그간 얼었던 팔당호가 완연히 풀리고 있다.

한 폭의 그림이다.

 

시큰거리는 이빨을 의식하면서 서쪽으로 지는 해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이제 노인이 되었나 보다.

 

 

@2021년2월27일(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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