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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의 일상

겨울 고라니

by 빠피홍 2021. 2. 12.

 

 

 

겨울 고라니

 

 

우리 집에서 50미터도 채 못 되는 왼쪽 언덕 위 김 씨네는 멧돼지와 고라니 때문에 농사를 못 짓는다고 했다. 교회 위쪽의 이 회장 집에는 얼마 전 멧돼지가 내려와 앞마당을 엄청나게 파헤쳐 울타리를 만든다고 꽤 오래 공사를 했었다.

 

아침에 정원에 나가보니 하얀 눈 위에 고라니 똥이 소복하다. 꽃밭 쪽에도 고라니 똥이 놓여있다. 올해 들어서 벌써 세 번째인가 보다. 날씨는 춥고 먹을 것이 없으니 동네까지 이놈들이 내려온 것이었다. 우리 집엔 철망으로 된 울타리가 없으니 쉬 들어올 수 있어서 간혹 들어왔다가 간다. 발자취가 선명하거나 동그란 똥을 보면 밤에 몰래 들어온 것이 분명하다.

 

8년쯤이었던가 보다. 아침에 나가보니 서쪽에 심어두었던 강냉이대가 다 불어져버리고 한창 자라던 알맹이는 온데 간데도 없고 멧돼지로 추정되는 회색빛의 끈적끈적한 침 덩어리가 가득 남아 있었던 기억이 난다. 재작년 겨울에는 제비꽃 잎을 고라니가 몽땅 먹어치운 적도 있었고 이제는 이곳까지 멧돼지가 내려오지 않지만 고라니는 심심찮게 내려오곤 한다.

 

자세히 보니 맥문동 잎을 꽤나 많이 먹어치웠다. 줄기사철 잎이 잘려있는 것을 보니 이 또한 고라니가 잘라먹은 것이었다. 그리고 은사철나무 어린묘목 잎도 갉아 먹었다. 맥문동이나 줄기사철 나무는 잘려도 문제가 없으나 은사철의 묘목은 잘려나가면 안 될 것 같아 천을 덮어주었다. 이 겨울에 살아있는 초록색 잎이라고는 섬기린초와 수호초, 맥문동, 줄기사철 그리고 은사철나무 뿐인데 섬기린초와 수호초는 입에 맞지 않는지 그대로이다.

 

 

 

@2021년2월3일

 

줄기사철이 꽤 많이 잘려있다

 

은사철나무의 묘목이다
맥문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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