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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의 일상

첫눈에 온 김치선물

by 빠피홍 2020. 12. 15.

 

집에서 걸어나오면 바로 보이는 팔당호 정암천지류이다

 

 

첫눈에 온 김치선물

 

 

어제 늦게 잠을 잔 탓인지 10시가 넘어서야 일어났다. 밖을 보니 눈이 하얗게 쌓였고 여전히 내리고 있다. 아침을 간단히 챙겨먹고 현관문을 나서는데 집사람에게서 전화가 왔다. 계단에 천수엄마가 김치를 갖다 놓았다는데 확인을 해보라고 한다. 계단 아래에 눈을 맞고 있는 김치통이 놓여있다.

 

집사람과 제일 가까운 40년 지기 친구인데 서정리 별장에서 토요일 자고 아침에 우리집에 들려 김치를 두고 간 것이었다. 한 시간이나 걸리는 거리인데 눈길을 머다 않고 온 것이었다. 집사람이 있었으면 당연히 들어왔겠지만 나 혼자 있고 하니까 겸연쩍어 그냥 가버린 것이었다. 남편이 운전을 하여 같이 왔다는 후문이지만.

 

천수엄마는 익산에서 알아주는 돌산 주인 갑부의 딸로 알고 있다. 신랑은 치과의사이고 역시 같은 익산출신이다. 집사람과 함께 하루에 한 두어 시간 이상 통화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모양이다. 주로 우리집 사람이 그녀의 상담사가 되어준다. 나이도 물론 두서너 살 위다.

 

익산인 고향에서 그녀의 엄마가 만들어 준 맛있는 김치를 한해도 빠지지 않고 보내주었다. 정말 맛있는 김치다. 그러나 재작년부터 그녀의 어머니가 힘에 부쳐 더 이상 김치를 만들어 보내주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도 그녀의 엄마가 만들어 주었던 그 맛과 비슷한 김치를 시골에 주문하여 계속 우리집에 보내주곤 한다.

 

요즘은 우리집 사람이 일하러 나가느라 매일 만나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A급 카운슬러 역할은 변함이 없다. 내게도 많은 선물을 주었다. 고급머플러, 넥타이, 티셔츠, 등 은 물론이고 해외에 다녀올 때면 어김없이 선물을 보내오곤 했다. 시골에 살고 있다고 서울의 각종 빵도 내게 보내준다. 신랑인 금호동 치과의 심 박사는 내 이빨 치료도 매번 무료다. 요즘은 가기가 민망해서 자제를 하고 있지만 내게는 고마운 분들이다.

 

오랜만에 뽀드득 뽀드륵 하는 눈 밟은 소리를 들으며 걷고 있으니 묘한 기분이 든다. 오늘은 물안개공원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젊은 연인들이 서로 손을 잡고 즐거운 표정으로 새끼 눈사람도 만들고 아이들은 자전거 타기에 신바람이 났다. 나와 비슷한 나이의 노부부들도 서로 손을 잡고 조심스레 눈길을 걷고 있다.

 

 

@2020년12월13일 일요일

 

▼▲ 물안개 공원
▼  눈 쌓인 우리집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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