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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마시며

우리들의 기억력

by 빠피홍 2021. 1. 26.

 

 

 

우리들의 기억력

 

 

날씨가 너무 따뜻하여 정원에 앉아 유튜브를 열어놓고 '나뭇잎 사이로‘ ’제비꽃‘ 등 조동진의 노래를 연속 듣는다. 내일 성수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불현 듯 든다. 월초에 만나자고 연락이 닿았으나 날씨도 무척 춥고 크로나가 극성을 부리던 때라 잠깐 연기를 했었는데 전화를 하자 내일 시간이 좋다고 했다.

 

GPS를 성수네 주소에 맞추어놓고 안전운행을 하고 있는데 도무지 안내음성이 나오지 않는다. 벌써 도착을 해도 될 시간인데 GPS에 위치정보를 잘못 입력한 것 같아 약간 불안했다. 하남에 있는 팔당대교를 건너 양평방향으로 얼마쯤 달리자 양평대교 이정표가 보인다. 작년 11월에 왔던 기억으로는 방향이 무언가 잘못된 것 같았다.

 

중간에 차를 세우고 재차 GPS를 확인한 후에 오던 쪽으로 다시 방향을 틀었는데 이내 원래대로 돌아 갈 것을 가리킨다. 기억의 한계라는 것이 이런 것일까, 그러고 보니 내가 무언가를 착각한 것이었다. 애초에 양평대교를 바로 건너왔으면 거리도 짧고 쉽게 찾을 수 있었을 터인데 지난 기억에 팔당대교를 건너갔다는 착각에 빠진 것이었다. 앞으로도 이런 실수가 계속 될 것 같다. 중간에 성수에게 다시 한 번 주소를 확인하고서 GPS를 믿고 계속 달렸다.

 

식당에 앉아 둘이 좋아하는 청하 두 병을 시켜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로의 건강 이야기가 화제에 이르러서는 성수가 많은 걸 앓고 있음을 느꼈다. 지난 11월에는 약을 먹고 있어서 12월이면 그때 가서 한잔 하자고 하더니만 여러 가지로 몸이 엉망이라고 한다. 어쩌랴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타인의 건강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을. 매일 걷고 가벼운 운동이라도 해야 하는데 아무 것도 않는다고 하니 걱정이다.

 

우리가 만난 지 올해가 벌써 60년이 되었다고 한다. 세월이 그렇게 흘렀는지 도무지 실감이 가지 않는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반은 달랐지만 국어담당이었던 이원보 선생이 성균관대 글짓기 대회에 세 명을 대표로 데리고 갔는데 그 때 성균관대 정문 앞에서 우린 처음으로 인사를 하게 되었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까지 오래 된 인연을 맺어오고 있다. 참으로 오랜 시간 좋은 친구로 남아 이제는 서로가 서로를 걱정하고 위로하는 처지로 변했다.

 

기억력이 너무 쇠퇴하여 깜박거리는 통에 힘든 이야기도 나왔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꽃 이름을 적어 둔 이름표의 색이 바래지고 나면 아무리 기억을 되 살려도 도무지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 해가 갈수록 더 심해지는 것 같아 걱정인데 성수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오늘도 나 만나는 일 외에는 아무 약속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서울에서의 중요한 약속을 깜박했다는 것이다.

 

술안주도 많이 남았는데 좀 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지만 빨리 헤어지기로 했다. 이제는 이 핑계 저 핑계로 자주 보지 못하면 만나는 횟수가 점차 줄어들 것 같은 예감에 자주 보기로 했다. 내가 차로 가면 40분에 갈 수 있으니 일부러라도 시간을 만들어야겠다. 집에 도착해 보니 페이스북에 간단한 글과 함께 사진도 올려놓았다.

 

@2021년1월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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