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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마시며

강촌 구멍가게 [2]

by 빠피홍 2020. 11. 23.

 

 

강촌 구멍가게 [2]

예수탄생의 장식 앞에 놓인 꽃 신과 청개구리 한마리

 

 

지난 2월인가 강촌가게의 여러 가지 데코레이션을 보고 글과 사진을 블로그에 올린 적이 있었는데 이 집 주인은 계절에 따라 잦은 변화를 주곤 한다. 여름은 여름대로 가을에는 가을 냄새가 물씬 풍기는 각종 장식을 도로 옆 가게 앞에 진열을 한다. 거의 프로급이다.

 

하나같이 품위가 떨어지는 장식이 없다. 가격 또한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쉴 새 없이 변화를 준다. 물론 단순히 구멍가게만은 아니어서 옆문에는 커피와 라면이라는 안내 글이 붙어있는 별도의 문도 있는 걸로 보아 여러 가지를 함께 파는 것 같지만 오래된 빨강 양철 지붕의 구멍가게와 멋진 장식변화가 도대체 미스테리 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지난여름에 집사람과 같이 들릴 일이 있었는데 가게 문을 열자 동그란 밀짚모자에 원피스를 입고 빙글 돌면서 어서 오세요 하며 어깨를 으쓱한다. 몸매도 날씬하고 콧등에 점이 있는 매력적인 여 주인인데 도무지 어떤 발상에서 이런 시도를 하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시골 동네의 가게에서 커피나 라면, 구멍가게가 갖추고 있는 물건을 파는 곳인데 이렇게 온갖 정성을 드려 안팎을 멋지게 장식한다는 것이 내내 의문이다. 장식의 배치 하나하나가 수준급이다.

 

얼마 전 농협에 가는 길에는 크리스마스트리 같은 그림이 붙은 택배물이 도착한 것이 보였다. 또 시작하는가보다 라고 했지만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금액이 만만치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매출이 얼마나 되어 수시로 새로운 장식을 업그레이드하는지 구멍가게라는 것과 너무 고급스러운 장식이 언발란스인 것만 같아 난 매번 고개를 저었다.

 

가게 문을 열면 진열대도 일반 구멍가게와는 완연히 다르다. 장식도 많다. 물건의 종류는 매우 단순하지만 분위기가 꼭 일본식으로 아기자기 하다.

 

진열된 장식도 그냥 진열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적인 감각이 뛰어난 것 같다. 고무신 안에 들어가 있는 작은 청개구리하며 눈 내리는 모습의 빨강 스탠드며 꽃사슴과 예수 탄생 등 세밀한 부분까지 구상하는 것 같다. 정말 분원리에 온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같은 느낌을 준다.

 

 

@2020년11월22일

 

찻잔 하나 달랑 놓인 이 센스는?
진짜 단감도 두 바구니 가득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나오는 장식이다. 싼타크로스 등에 잔뜩 놓인 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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