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카페
내가 사는 동네의 외곽 팔당호가 내려다보이는 경치 좋은 곳에 음료를 파는 두 개의 푸드트럭이 있다. 한 곳은 ‘caffe stellato’로 몇 차례의 우여곡절 끝에 주인이 세 번째 바뀌었고 또 한곳은 나중에 끼어든 곳이다. 위치가 좋아 오가는 사람들이 잠시 쉬어가는 곳이어서 장사도 꽤 잘 되는 것 같다. 금요일이면 섹소폰 파티도 간혹 벌어진다. 강 언덕 여름밤에 울리는 섹소폰 소리에 커피장사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곳 영업이 불법이다. 몇 차례 벌금을 물었다고 한다.
트럭 바로 옆에는 푸드트럭의 영업을 금지하는 현수막이 버젓이 걸려있어도 막무가내다.
난 수자원공사 관리과에 가서 문의를 한 적이 있었다. 지금은 다른 내용으로 바뀌었지만 푸드트럭 두 대가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음에도 바로 옆에 푸드트럭 영업금지라는 현수막을 보고 이건 아니라고 생각해서 찾아왔다고 했다. 차라리 현수막이라도 없으면 장사하는 사람들이나 커피를 사 마시는 사람들 마음이라도 편할 터인데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행정조처 같아서 뒷맛이 개운치 않아 의견을 제시했지만 결론은 행락행위만 하지 않으면 자기들도 집행하기가 실제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행락행위가 구체적으로 무엇이냐고 묻자 노래 부르고 춤추는 것 등이라고 했다.
분원까지 산책을 하면 늘 담배꽁초와 스토로, 플라스틱 컵 등이 널려있어 지저분한 것이 보인다. 통행로에 의자를 놓아 통행에 방해가 되는 것은 옆으로 피하면 되고 안전가드레일 위에는 나무판자를 놓아 음료받침대를 쓰는 것도 좋다. 받침대 밑에 매달린 플라스틱컵 재떨이도 없는 것 보다 낫다. 몇 달 전, 걸어가는데 개 두 마리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내게 뛰어들어 너무 놀란 적이 있었다. 난 아무 말도 않고 지나쳐 왔지만 견주가 내게 미안하다고 한 적도 있었다.
분원까지 가는 길옆에는 먹다버린 커피컵이 자주 나뒹군다. 한 번은 반쯤 먹다버린 컵을 일부러 들고 카페에 가서 “마셨으면 제대로 버리지. 이것들이” 하면서 흙이 튀어 지저분한 컵을 어디에 버리면 되겠냐고 은근히 불만을 토한 적도 있었다. 며칠 전 많은 비가 왔는데 컵 재떨이에 담배꽁초와 비가 범벅이 되어 너무 지저분했다. 물이 가득 찬 것으로 보아 흘러넘친 것 같았다. 이건 아니지 않는가? 재떨이는 언제 비우며 청소는 언제 하느냐고 물었다. 이튿날 아침에 한다고 했다.
엊그제 난 정식으로 stellato 카페 여주인에게 차분하게 설명을 했다. “하루에 두 번 재떨이를 비워야 한다. 퇴근할 때 깨끗이 비우고 아침 업무 시작하기 전에 또 비우고 청소도 병행하는 것이 좋겠다. 재떨이 컵을 퇴근할 때 거꾸로 세워두는 것이 어떠냐?” 고 기분 나쁘지 않게 우회하여 제안도 했다. 니코틴 냄새가 엄청 남으로 거꾸로 세워두면 흡연자만 바로 세워 이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제안을 한 것이다. 주인은 거기까지 생각을 못했다고 하면서 내 제안에 수긍을 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옆집 주인과도 같이 잘해주길 바라고 만일 앞으로 계속 지저분하게 하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노골적으로 경고를 했다.
우리동네 큰 어르신은 평소 나보고 너무 원칙적으로 한다고 나무라지만 난 이건 양보할 수가 없다. 같이 산다는 것이 뭐 이런 식으로 하면서 전진하는 것이 아닌가? 먹은 컵을 왜 휴지통에 버리지 않고 식수원으로 이용되는 팔당호 길가에 버리고 가는지 도무지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혼자 투덜거려본다. 초등학교 교육이 개판이어서라고. 시민교육이 아닌 이념교육을 시키느라 정신없는 놈들 때문이라고.
건너편 팔당호가 아름답다.
@2020년7월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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