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리
참나리는 내게 아련한 향수를 준다.
어린 꼬맹이 시절 내가 온 산천을 겁 없이 뛰어다니던 곳에는 참나리가 군집을 이루고 있었고 꽃을 꺾어 장난질 치던 옛 생각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여름이 오면 내 고향 울릉도에는 바닷가나 산에 참나리가 그득하다. 키 큰 탓으로 세찬 바닷바람에 수 없이 흔들려도 잘 꺾이지 않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우리 집 정원 두 곳에 가득 심어져있는데 고향에 밀어닥친 태풍으로 모두들 시름에 빠져있다는 소식에 지난 7월에 찍어두었던 참나리 사진이 생각나서 올리기로 했다.
멀리 떨어져있는 고향 섬에는 지난 며칠 사이에 섬 전체가 초토화된 모양이다.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으로 50여 톤이 넘는 테트라포드라고 하는 삼각형태의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이 파도에 떠밀려 육지에 올라온 사진이 실감나게 다가왔다.
해안가에 무리 지어 피는 참나리가 그리운데 엊그제 정세균총리와 이철우지사, 김병욱의원 등이 울릉도 남양 해안가에서 태풍 피해상황을 둘러보는 모습과 오버랩 되어 묘한 기분이 든다. 국가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다.
고생하는 주민들이 힘을 내어 하루 빨리 일상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해본다.
@2020년9월11일(금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