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엽 백일홍
서하남으로 가는 하남시의 도로변에는 배롱나무가 많다. 하남에 오래 살았기 때문에 길가에 있는 배롱나무를 늘 눈여겨보게 되었다. 붉은 색과 하얀 색의 각기 다른 배롱나무는 꽃도 예쁘고 오래가지만 나무껍질도 깨끗해서 어쩐지 고급스럽게 보이는 나무다. 처음에는 모두 백일홍이라고 불러 이름이 왜 백일홍꽃과 같게 지었는지 의아해 한 적이 있었는데 백일홍처럼 꽃이 오래간다고 하여 붙인 속명이라고 했다.
이곳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배롱나무 몇 그루를 사서 심었는데 잡초에 둘러싸여 모두 죽고 말았다. 물론 당시에는 한 달에 한두 번 시골집에 오던 때라 관리가 안 된 탓도 있지만 추위에 약한 나무라는 것도 몰랐었다. 그 후로 굳이 추위에 약한 나무를 심을 엄두가 나지 않았었는데 몇 년 전에라도 묘목을 심었으면 지금쯤 멋진 나무로 자랐을 텐데 하는 후회도 있다.
금년 봄 대림묘목의 웹사이트에서 ‘자엽 백일홍’을 알게 되어 구입했는데 다른 나무들이 모두 새순을 뽐내고 있어도 5월이 지나도록 싹을 틔우지 않아 걱정을 하였는데 6월말이 되어서야 잎이 나왔다. 약간 붉은 색의 작은 점 같은 새순이었다. 물도 열심히 주고 매일 관찰하면서도 묘목이 작아서 내년에 꽃이 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며칠 전에 정열적인 붉은 색의 꽃이 피었다. 붉은 나무 잎에 붉은 꽃이 매우 아름답다. 생각지도 않았던 선물이다.
겨울에 동사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 내년에도 좀 더 화사하고 큰 꽃을 기대해야겠다.
@2020-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