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장마
이번 장마는 꽤 길었던 것 같다.
신문 기사를 보니 59일간이라고 하든가 정말 지루한 여름이었다. 정원에서 나뭇가지를 치고 잔디를 깎거나 잡초를 뽑고 틈이 나면 산책을 하던 일상이 어느새 갑자기 깨어지자 막걸리 량만 더 늘었을 뿐 매사가 귀찮아진다.
올봄에 심었던 디기탈리스와 패랭이 모종이 싱싱하게 뿌리를 내렸는데 긴 장마에 반 이상이 녹아버렸다. 허기야 마을회관 앞에 잔뜩 심어두었던 깨가 장마에 다 녹아버렸다는 동네 사람의 이야기가 실감이 갔다.
집 앞에 노란색 궁둥이의 거미가 커다란 집을 짓고 벌써 두어 달째 바람과 폭우에도 견디고 있다. 이놈이 바람과 비를 피하기 위해 이중삼중으로 집을 보수하고 있다. 설쳐대는 모기 때문에 한두 마리라도 잡아주기를 바래면서 아직 거미줄을 그냥 두고 있다.
팔당호를 거닐며 땀을 빼고 돌아오자 비가 그치며 운무가 산허리를 감싸고 있다.
@2020년9월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