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정말 멋지게 매치가 된 날이다. 이삼일 비가 계속 내린 이튿날 아침까지만 해도 비가 조금씩 내렸다. 오늘 대학친구 산행 멤버 몇몇이 오는 날이어서 비와 뜨거운 태양이 신경 쓰였다. 일기예보 상에는 오후부터 흐린 날씨라고 되어있어서 뜨거운 날씨는 피할 수 있겠구나 하고 은근히 기대를 했는데 그들이 돌아 간 다섯 시까지도 파라솔이 필요 없는 즐겁게 놀기에는 최상의 날씨였다. 정말이지 백합과 날씨와의 멋진 궁합이었다.
600여 송이의 백합이 절정에 이르러 고운 향과 더불어 최고의 멋진 자태를 결국 친구들에게 보여준 셈이었다. 병철,순복,호섭,진호,성천 그리고 양평에서 따로 온 춘부가 왔다. 춘부는 새집을 짓고 난 이후에 처음 방문인 셈인데 이렇게 멋진 정원을 만들어 놓을 줄 몰랐다고 감탄사 연발이다. 그도 오래 전부터 양평에서 집을 지었고 전원생활은 나보다 대 선배인 셈이다. 그가 이렇게 칭찬 일색이니 내 정원이 제대로 되긴 했나보다.
당초에는 모두들 퇴촌에서 만나 간단히 점심을 하고 우리집에서 술 한 잔 하는 것으로 되었으나 내가 병철이에게 전화를 하여 밥값으로 만원씩만 내게 주면 고기 구워서 우리집에서 모두 해결하자고 제안을 했다. 내 생각에는 늘 하던 대로 산행을 끝내고 식당에서 밥 먹으면서 술 한 잔하면 그것으로 끝이지 다시 다른 장소로 옮겨보았자 번거롭기만 할뿐 그다지 의미가 없어보였기 때문이다. 또 그냥 오라고 해보았자 부담 준다고 나의 제안을 수락할 리도 없어 서로 부담 없이 재료비는 너희들이 대고 난 각종 서버를 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이었다. 서로 간에 딜이 이루어졌으나 과일 사고 흑돼지 한 근 더 사서 왔으니 그들에게 부담이 더 된 것 같다.
등심보다는 제주 흑돼지로 주 메뉴를 정하고 슬라이스 된 오리고기를 부 메뉴로 정했다. 막걸리와 소주, 맥주는 미리 준비해놓았고 고기 굽기는 주로 순복이가 맡았다. 난 오전부터 파라솔 두 개를 준비하고 그릇 나르기와 각종 재료준비 등 수 십 차례 들락날락하면서 힘이 들었지만 즐거운 마음이어서인지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벌들의 똥과 새들의 똥을 걸레로 닦아내면 이내 쪼르르 날아와서 쉬를 해대는 통에 약간 짜증도 났지만 즐거운 마음뿐이다.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팔십의 고령이 된다. 아직 모두들 싱싱하다. 먼 곳까지 와준 친구들이 그저 고맙기만 하다. 내년 이맘 때 즈음 힘이 들더라도 모두들 불러서 파티라도 했으면 좋겠다. 그야말로 가든파티 말이다.
@2020-07-01(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