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피니움과 제비고깔
3년 전인가 보다. 모양새로 보아 잡초 같지 않는 풀 하나가 앞마당에 있어 캐버릴까 하다가 혹시나 하여 그냥 두었는데 작년에도 바로 이 작은 잎이 그대로 나왔다. 버리기가 뭔가 꺼림직하고 다른 꽃을 심는데 방해도 되어 이곳저곳으로 몇 차례 옮겼다. 그리고 올 봄에도 서쪽 화단에 옮겨 심어두었는데 드디어 뭔가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3년 전에 여러 종류의 꽃씨를 노지에 뿌린 적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임에 틀림없었다.
우연의 일치일까, 이름도 모른 채 이리저리 옮겨놓았던 풀이 큰제비고깔의 잎사귀와 동일했다. 색깔이 약간 연두색과 진초록으로 달랐을 뿐 동일한 잎 모양새다. 며칠 전에 핀 큰제비고깔은 남색으로 청량감을 주고 꽃의 뒤쪽이 끝이 뾰족한 고깔모자 모습이다. 드디어 이 이름 모를 풀이 꽃봉오리를 터뜨리자 바로 제비고깔이었다. 꽃 색은 엷은 하늘색이다. 꽃 뒤에 고깔이 달려있는 것으로 보아 틀림없는 제비고깔이다. 큰제비고깔인지 작은제비고깔인지 아무려면 어떤가? 꽃의 정체를 알게 되었고 형제를 찾게 되었으니 대 만족이다.
그리고 올 봄에 청색 바탕에 흰 점이 있다는 ‘델피니움’이라는 꽃모종을 구입하여 심었는데 이놈의 잎사귀도 제비고깔과 같아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델피니움’과 ‘제비고깔’은 다른 꽃이 아니라 불리는 이름만 다를 뿐 같은 꽃이었다. 서양에서 이 제비고깔의 이름을 ‘델피니움’이라고 한 것은 돌고래의 혹과 같다고 하여 돌고래의 영어이름인 dolphin에서 유래한 것이었다.
며칠 있으면 새로 구입한 짙은 남색 바탕에 하얀 점이 있다는 제비고깔도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최소한 세 종류의 제비고깔이 내 식구가 되는 셈이다. 일이년초라고도 하고 다년초라고 하는 이 꽃이 마음에 든다. 다년초이기를 바라면서 앞으로는 그냥 제비고깔로 불러야겠다.
오늘은 3구역의 잡초를 완전히 제거했다. 대부분 백합이 가득한 꽃밭인데 의외로 잡초가 많다. 깔끔하게 박살을 냈다. 속이 시원하다. 가을에 우드칩을 조금 더 덧씌워야겠다.
@2020년6월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