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
우리집에는 백합이 꽤 많은 편이다. 동네 사람들이 백합집이라 부르기도 하는 모양이다. 조금씩 사서 심은 것이 이제는 무려 700송이로 늘어났으며 꽃의 종류는 열 가지 전후다. 우선 키우기가 너무 쉽다. 가을에 구근을 심어두면 그 이듬해에는 반드시 싹이 돋아나고 꽃을 피워주기 때문이다. 향기도 좋다.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까지 웬 향기냐고 주위를 두리번거릴 정도다. 무향 백합이 아닌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할까 거의 대부분 향이 나는 백합으로 구성되어있다.
꽃을 피우기 위해 봉오리가 나온 것이 약 500 송이가 넘는 것 같다. 지금 한창 봉오리가 커지며 몇몇은 붉으스레한 색깔로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몸매를 뽐내고 있다. 삼일 전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보이지 않던 백합이 피어있어 깜짝 놀랐다. 검정색에 가까운 다크브라운에 가장자리가 노란 백합이었다. 딱 한그루 밖에 없는 이 꽃을 보면 꼭 조화(弔花) 같은 생각이 든다. 검정과 노랑의 조합 때문이다.
올해는 순서가 바뀌었으나 보통은 오렌지색 백합이 제일 먼저 피는데 하루가 늦어졌지만 어김없이 피었다. 이 오렌지색 백합을 신호로 이 달 말 즈음하여 백합들의 향연이 펼쳐질 것이다. 지금까지 백합 둘레에 빽빽이 있던 회양목에 가려 겨우 꽃만 볼 수 있었던 것을 회양목을 남쪽 울타리로 전부 옮겼기에 백합의 줄기부터 참모습을 볼 수 있게 되어 더욱 기대가 된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작년 늦가을에 심었던 응달나리가 죽어버려 올해 우리 집 새 식구가 되지못한 것이다. 꽃삼매몰의 사장이 다시 보내준다고 해놓고서는 아직까지 무소식이다. 올 가을에 다시 보내줄지 기다려 봐야겠다.
몇몇 지인들이 백합 구경을 오겠다고 꽃이 언제 만개를 하느냐고 자주 묻는다. 종류에 따라 피는 시기가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이달 말이면 만개를 한다고 봐야할 것이다. 일 년에 단 한번 오는 백합의 진면목을 만끽할 수 있는 좋은 계절이다.
@2020년6월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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