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비교차(喜悲交叉)
작년 10월에 심어 둔 ‘응달나리’가 땅을 뚫고나오려는 기척이 보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불길한 예감이 든다. 지난해 나리를 심었던 과정이 불안했기 때문에 더욱 믿음이 가지 않아서다.
백합은 꽃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향이 좋고 이곳 날씨와 잘 맞아 한 번 심어놓으면 매년 쑥쑥 올라오고 가을에 잎이 녹아내릴 때까지 싱싱한 잎을 유지해주어 정원을 한층 여유롭게 만들어준다. 매년 가을이면 늘어 난 새끼들을 이식하는 즐거움도 주는 구근식물이다. 보통 개당 2천원에서 3천원 전후인데 ‘꽃삼매몰’에서 본 개당 만원짜리 백합이 있어 두 개를 샀다.
받아보니 백합의 순이 7~8센티 정도 나와 있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라서 지금쯤이면 구근만 남아있어야 할 백합이 지금 순이 올라오면 노지에 심어서 어떻게 내년에 꽃을 볼 수 있느냐고 전화로 문의를 한 바 있었다. 보통보다 깊이 묻어두면 된다고 하여 그대로 했는데 이놈이 계속 올라와 흙을 덮어주면서 억지로 생장을 억제했는데 겨울 내내 불안했었다.
다른 백합들은 시샘하듯 땅을 뚫고 올라오는데 이놈은 아무런 소식이 없다. 집사람은 조금 더 기다려보자고 했지만 오늘 캐내보기로 결심을 했다. 호미로 주변부터 조심스럽게 파내기 시작했다. 뿌리 몇 조각이 보였지만 아무리 파보아도 첫 번째 나리는 행방불명이었다. 어쩔 수 없이 두 번째 나리를 캐자 순과 뿌리가 썩은 응달나리가 나왔다. 정말 실망이었다. 기분이 상했으나 이 사실을 사진과 함께 상세하게 ‘꽃삼매몰’ 사장에게 문자메시지로 알렸다. 조금 있어 바로 회신이 왔다. 보내주겠노라고.
내 성격에 전화로 했으면 아무래도 옥신각신 했을지 모를 일이었는데 일이 쉽게 풀리었다. 상대방이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차피 내 주장만 펼 수밖에 없는 일이었음에도 내 말을 믿고 흔쾌히 다시 보내주겠다고 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집을 신축할 때 건축업자가 화장실의 대변기 뚜껑을 꽉 조이지 않아 덜렁거리는 것이 늘 신경이 쓰였는데 마침 어제 마을회관 샤워실 공사를 하고 있는 팀장에게 고민을 털어놓자 와서 봐주겠다고 하며 긴 드라이브 한 개 달랑 들고 팀장이 들어왔다. 처음에는 변기를 다 뜯어내어야 한다고 하더니만 자세히 살피더니 조인트부분의 하얀 플라스틱을 빼 내자 나사구멍이 보였다. 하얀 플라스틱이 캡이었다. 캡이 끼워있는 줄을 어떻게 알겠는가? 이곳을 드라이브로 조이자 그것으로 끝이었다. 대가는 막걸리 한 잔이었다. 정말 기분이 좋았다. 고치긴 해야 하는데 업자를 불러야할 엄두가 나지 않아 차일피일 미루고 있던 터였다.
택배가 두 개 도착했다. 하나는 대림묘목에서 온 ‘엔드리스 썸머’ 수국과 울릉도에서 온 부지갱이 생채나물이었다. 역시 대림이었다. 수국의 자태가 깔끔하며 상품가치가 충분해 보이는 물건이었다. 앞으로는 가급적 대림묘목을 이용해야겠다. 세 개를 심고 나서 나물박스를 열어 동네 김교수 댁에 조금 전달하고 집사람과 함께 박스를 개봉하고 삶을 준비를 하는데 반 이상이 시커멓게 변해있었다. 안에는 아이스팩 두 개가 신문지에 쌓여있고 보드라운 속은 거의 검정색이었다. 부지갱이 고유의 향도 없었다.
고향나물이 생각나서 주문한 것인데 대 실망이었다.
응달나리와 화장실 뚜껑문제가 해결이 되어 정말 기분 좋은 날이었는데 부지갱이 나물이 문제였다. 나중에 환불을 해주겠다는 제안이 있었지만 사양했다. 잘 아는 고향후배로 정성을 다했다는데 이 지경이 되었으니 서로가 운이 좋지 않았던 것 같다.
@2020년4월9일(목요일)
수양벚이 있는 주위에 백합이 가득한데 잔디경계석 쪽으로 흙이 덥혀있어 잔디가 꽃밭으로 엄청 들어와
이를 제거하고 경계석인 벽돌을 다 파내고 새로운 흙을 보충하여 약간 높이 만들었다.
수국 세 개를 구입했는데 정말 마음에 든다. 업자의 상업정신이 돋보인다.
비닐봉지에 든 것이 정상이고 왼쪽의 것이 먹을 수 없는 나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