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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의 일상

냉해(冷害)

by 빠피홍 2020. 4. 11.


클래오파트라 꽃봉오리다. 늦게 나온 것이라 냉해를 입지 않은 것 같다.




냉해(冷害)

 

 

우리 집에는 여섯 종류의 목련이 있다. 오래된 순서로는 백목련이 단연 연장자다. 30년 전에 작은 묘목을 사서 심은 것이 너무 커서 윗가지를 과감하게 잘라내었다. 처음에는 나무를 잘라낸다는 것이 너무 아깝고 키 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였으나 주변사람들의 조언으로 강전지(强剪枝)를 한 덕에 백목련과 자목련은 매우 심플하다.

 

꽃 피는 순서는 백목련, 자목련, 클레오파트라였는데 작년부터 피기 시작한 골드스타가 올해는 제일 먼저 피었다. 약간 분홍계열의 목련인데 갑자기 몇 군데 상처를 입은 듯 얼룩이 나기 시작하더니 이내 몽땅 시들해지고 말았다. 그리고 백목련도 하얀 순백의 화사함을 들어내는가 싶더니만 이내 시들해져버렸다. 며칠 사이의 순간이었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작년에도 이런 현상이 있었던지 되돌아보아도 무언가 잘못된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자목련 또한 병색이 완연한 자태로 군데군데 멍이 든 채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자목련은 짙은 자주색으로 낙화된 꽃이야 지저분하지만 예쁜 꽃이었는데 이 또한 화사함과는 거리가 있어보였다.

 

클래오파트라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목련이다. 꽃과 잎이 작고 색상은 진한 붉은 색인데 정말 색깔이 아름답다. 이 또한 예쁘게 나오더니 무언가 조짐이 이상했다. 꽃잎이 멍 던 모습이었다. 처음에는 목련에 발생할 수 있는 병충해가 원인 것으로 의심도 해보았지만 뻐꾹나리가 시든 걸 보고서야 알아차렸다. 냉해로 인한 피해였다. 지난 주 내내 오전의 온도가 영하에서 오르내리고 하였으니 일 년에 한 번 예쁜 자태를 보여주던 꽃들이 날씨 탓으로 인해 내년을 기약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황목련은 아직도 싹이 나오지 않았지만 원래 잎이 나온 다음에 피는 꽃이라 꽃이 작고 큰 잎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아 별로 좋아하지 않아 베어버리려고 했는데 끈기 있게 잎을 피워서 겨우 몸통만 있고 가지는 거의 다 잘라버렸다.

 

아직 나무가 작아 이름도 꽃도 모르는 목련과 황목련을 제외하고는 일찍 꽃을 피웠던 네 가지 목련은 냉해의 피해자가 된 셈이다. 그래도 늦게 모습을 들어 낸 클레오파트라의 새 봉오리가 싱싱해서 좋다.

 

 

@202048

 




    백목련


    자목련


    클래오파트라


    뻐꾹나리도 냉해를 입었다.


    골드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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