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추위
어제 텃밭에 있던 배추와 무 전부를 뽑아내고 무청은 시래기용으로, 거친 배추 잎은 잘라버리고 배추 속만 박스에 담아놓았다. 전부라고 해 봐야 배추 10포기, 무가 12개 정도다.
내가 워낙 신 김치를 좋아하지 않고 식구도 없거니와 이웃에서 늘 김치가 오고하여 매년 이 정도로 심는다. 올해는 딱 한번 복합비료를 줬음에도 실하게 잘 자라 주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얼음이 얼었다. 컵에 담아두었던 물이 딴딴하게 언 것을 보아 간밤에는 매우 추웠던 모양이다. 약간의 바람까지 있어서일까 꽤 춥다. 아마도 올 들어 첫 얼음이요, 추위 같다.
여름 내내 땡볕을 막아주었던 햇볕가리개를 접어서 창고에 넣어두고 의자는 한 곳에 모아 천으로 덮고 끈으로 동여매어 주는 것으로 나의 겨우살이가 시작되는 셈이다. 올 해는 추위가 늦게 온 것일까 내일모레가 12월인데 이제야 첫 얼음이 얼었으니 말이다.
옛날에는 겨울이 6개월은 족히 된 것 같았는데 이제는 석 달 정도라는 생각이 든다. 겨울이 무척 짧아져서 달력 한 장만 넘기면 곧 봄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그만큼 추운 겨울이 싫어서 겨울이 오기도 전에 봄을 내심 바래는 것일지도 모른다. 12월,1월,2월 우정 손가락 세 개를 꼽아보면서 말이다.
나무와 꽃 뿌리들도 추위에 죽지 말고 잘 견뎌줬으면 좋겠다.
내년 봄이 기대된다.
@2015년11월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