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구와 삐라
새해 첫날 차례를 마치고 산으로 향했다.
맨 위쪽 하우스에 있는 백구에게 줄 물과 쓰레기를 주워 담을 비닐봉투를 들고
금봉산으로 향한다.
내가 산으로 가는 길목에는 모두 백구 네 마리가 있는데 첫 번째는 양봉업자가 키우는 개다.
철조망으로 된 우리 속에 가두어서인지 지나가기만 해도 짖어대고 내가 다가가면 더 짖는 놈이다. 이 놈 때문에 산행의 즐거움에 늘 방해를 받지만 친구의 조언대로 조만간 먹거리로 내게 꼬리를 내리도록 할 작정이다.
조금 더 올라가다 보면 발걸음 소리에 벌써부터 짖어대는 두 놈이 있는데 괜찮은 놈들이다.
자주 보아서인지 이제는 내가 안쪽으로 들어가면 약간 경계를 하듯 하면서도 꼬리를 친다.
그리고 맨 위집의 백구는 덩치가 약간 작은데 착한 녀석이다. 도무지 짖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두어 달 전에 이 백구는 양 다리가 불어진 듯이 일어서지를 못하고 온 몸을 질질 끌고 내게 다가오곤 해서 안쓰러웠었는데 어느 날 벌떡 일어나서 움직이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었다.
일주일에 한두 번 오는 주인의 이야기로는 음식을 따뜻하게 해서 먹였더니 용하게도 일어섰다고 했다.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엄청 추울 때였는데 그때 아마 발이 마비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놈은 내가 가면 짖지도 못한 채 좋아서 펄쩍펄쩍 뛰어댄다. 주인이 자주 못 와 물이 항상 얼어있어서 내가 물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233미터에 불과한 산이지만 정상까지 꼭 한 시간이 걸린다.
새해 첫날의 기운을 받고 쓰레기 몇 점을 주어 내려오면서 오른쪽으로 힐끗 쳐다보자 파란종이가 눈에 들어왔다. 살펴보니 또 삐라였다. 이번 것은 지난번 보다 더 유치한 것이었다.
“전쟁광신자들을 무자비하게 쳐없애버리자!” 와 “전쟁미치광이들의 광대극”이라는 제목의 것이다.
이것이 남한 사람들에게 먹힐 것이라고 보낸 것인지 그저 쓴 웃음만 나왔다.
목요일에는 지난 번 것과 함께 퇴촌파출소에 가져다주어야겠다.
@2016년2월8일(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