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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짓기

[집짓기 43] 보일러와 도배, 그리고 핸드폰

by 빠피홍 2017. 11. 21.


서쪽 보강토 옆 코너를 회양목과 영산홍으로 울타리를 만들고 연일 물을 주었다

내년 봄에 새싹이 돋아나기를 기대하며



[집 짓기 43] 보일러와 도배, 그리고 핸드폰

 

 

  도배지에 풀칠하는 기계와 기초도배 모습


며칠 째 날씨가 차다.

오늘은 도배를 한다고 한다. 동시에 보일러도 놓는다고 한다.

아침부터 도배 팀 세 명이 도착했다. 김 사장이 보일러와 드럼통 2개 들이 기름통을 구입하여 도착했다.

기름을 넣어야 하는데 어제 내 핸드폰을 잃어버려 연락할 길도 없다. 김 사장의 핸드폰으로 농협에 연락을 취했으나 오후나 되어서야 가능하다고 한다.

날씨가 추워서 도배가 힘 든다고 한다. 기름을 빨리 구입해야겠다고 한다.

 

   야외에 설치한 보일러와 실내온도 31도를 가리키고 있다


농협이 안 되면 SK에 가면되겠지. 빨리 서두르자. 먼저 SK에 도착하자 로프를 길게 늘어뜨려 입구를 막아놓았다. 이번에도 역시 장사가 아니 되는 모양이다. 벌써 세 번째로 문을 닫은 것 같다.

좁은 동네지만 다른 주유소를 어디선가 본 것 같아 운전을 하면서 둘러보았으나 아무 곳에도 간판이 보이지 않는다. 하나밖에 없는 농협주유소로 갈 수 밖에.

주문이 밀려 순번대로 갈 수 밖에 없다고 하면서 주문 리스트를 보여준다. 그리고 젊은 직원이 우선 급하시면 두 말 정도 직접 가져가시면 어떠냐고 한다. 초록색 플라스틱통 두 개를 구입했다. 왜 미쳐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아주 멋진 아이디어였다.

 

동네 어귀로 들어오는데 농협주유소 차가 바로 내 앞에서 금사리 쪽으로 들어간다.

전화를 하여 바로 옆인 귀여리로 빨리 들어오도록 부탁하려고 전화기를 찾았으나 아뿔싸 어제 잃어버린 전화기가 아닌가? 어쩔 수 없다. 우선 이걸로 처리할 수밖에.

 

보일러가 오후 조금 늦게 가동되었다. 온도를 세게 높여 한 삼일 틀어야 한다고 한다.

 

도배공이 국수기계 같은 기계 앞에서 종이를 넣고 있다. 처음 보는 것인데 풀칠하는 기계라고 했다. 예전 같았으면 도배지를 바닥에 길게 펼쳐놓고 풀칠하는 것이었는데 많은 변화다.

정확히 다섯 시가 되어서 끝이 났다. 일부러 시간에 맞추어 끝내기라도 하듯이 어제도 오늘도 정시에 마무리되었다. 이미 날은 어두워졌다.

 

핸드폰 분실로 하루 종일 우울한 기분이었다. 신호를 넣어보아도 전원이 꺼져있다는 음성 이외에는 알 수가 없다. 꺼진 원인은 충전량 부족과 파손뿐인데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차 안에도 수돗가에도 어제 저녁에 다녔던 곳으로 몇 차례 되풀이했지만 마찬가지였다. 집 사람을 태워 현장에 오기로 약속을 한 탓에 네 시에 버스 정유소에 도착했다. 이미 와 있었다. 집 짓는 이야기는 둘째고 역시 핸드폰 이야기다.

모든 정보가 들어있는 핸드폰인데 가게 주인에게 분실 이야기를 했더니 링크를 해두었느냐고 한다. 링크만 되었으면 정보를 살릴 수 있다고 한다. 골치가 아프다.

돌아오는 길에 집 사람이 내게 또 묻는다. 차 안을 다시 봐야한다고. 그리고는 운전석 옆에 손을 넣더니 무언가 있다고 한다. 내 핸드폰이었다.


모든 게 운명인 것 같다. 며칠 전부터 핸드폰 상단에 통신 불가 표시인 원형 가운데에 줄이 그어져있는 표시가 있었으나 메시지 등이 있었기에 무시를 했었고 평소와는 달리 이날따라 충전이 53% 남았다는 표시였지만 그대로 두었다. 그리고 오늘 현장에 와서 신축 상황을 보여주기로 약속을 했었기 때문에 집사람이 내 차를 타게 된 것이었다. 만일 집사람이 내 차를 타지 않았으면 며칠 기다렸다가 새 전화기를 구입할 수밖에 없었을 터였다. 그 동그란 통신불가 표시만 사전에 조처했더라면 쉽게 차 안에서 찾아낼 수 있는 것이었는데 이 모든 해프닝 과정이 운명처럼 벌어진 것이었다. , 통신불가표시, 평소보다 적은 충전량, 그리고 아내와의 약속이 결국 핸드폰을 찾게 되는 일련의 과정이 마치 운명과 같은 느낌이었다.

 

마치 하늘을 나는 기분이어서 핸드폰에 입맞춤을 했다

 

@20171117(금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