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오후
뜨거운 태양을 좋아해야 남성미가 넘치고 활달한 인생을 펼칠 것 같은데 난, 비가 좋다. 뚜렷한 이유는 없다. 그냥 비가 좋다. 특히 오늘같은 비 내린 오후의 엷은 안개비가 좋다.
평소에는 잘도 보이던 강 건너 산들이 뿌옇게 아른거릴 뿐 모든 걸 생략한 채 몇몇 점들만이 가을의 속살을 내보이면서 강위로 솟아올라 조용히 쉬고 있다.
이젠 잎 새도 완연히 갈색으로 변했다.
정원손질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빗방울은 계속 떨어진다.
날씨는 무척 포근하다. 약간 땀도 났다.
배불뚝이 중년남성과 예쁜 여인이 함께 강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 여인이 내게 묻는다.
“사진을 좋아하시나 봐요?”
얼른 돌아가 시원한 막걸리라도 한잔 마셔야겠다.
@2016년11월14일(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