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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찍은사진

첫눈

by 빠피홍 2016. 11. 26.

첫눈

 

옛날 집에 사용했던 커튼을 어제 대충 달았다. 추위가 가까이 와서이다.

토요일 아침이라 집사람과 같이 TV를 보고 있는데 눈이 오는 것 같다고 했다. 창문을 열어보니 옅은 눈이 내리고 있었다.

 

카메라를 둘러메고 가까이에 있는 생태공원으로 향했다. 산책도 할 겸해서이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눈 속을 거닐고 있다. 올해 들어 처음 내린 눈을 맞으면서 나무들과 먼 산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앞서 떠나버린 초등학교 친구들이 갑자기 스쳐지나간다. 부산에 있던 장만이, 어느 날 저녁에 전화가 와서 잘 있느냐고 묻더니만 며칠 지나지 않아서 세상을 뜨고 말았다. 한마디 따뜻한 위로의 말도 전하지 못했던 것이 못내 아쉬웠다.

채윤이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씩씩하던 그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 지도 벌써 7~8년이 되었다.

가장 가깝게는 작년에 석범이도 떠났다. 도동 부둣가 이층집 우리 집에서 담요를 벽에 걸치고 둘이서 장난감 칼을 들고 연극 흉내를 내던 60년 전의 모습들도 순간으로 스쳐 지나간다. 떠나는 그의 마지막 모습을 보지 못한 것이 늘 마음에 걸리곤 했는데 이제 하나 둘 모두 세상을 뜨고 있다.

 

그리 가까이 지내지는 않았지만 이름을 알고 있는 고등학교 친구들의 부고소식도 최근 들어 자주 받고 보니 인생의 종장에 서있는 느낌 또한 지울 수 없다.

 

첫눈치고는 제법 분위기 있게 내린다.

울릉도의 초등학교 시절, 친구 집에서 크레용으로 그리던 눈 내린 나무와 장독대가 문득 떠오른다.

 

최근에 와서 몸이 예전 같지는 않다. 딱히 어디가 아파서가 아니라 허리를 굽히는 것도 쉽지 않거니와 걸음걸이도 반듯하지 않다. 친구들이 하나 둘씩 떠나고 있다는 것이 머지않은 장래에 이별을 예고하는 것 같아 갑자기 숙연해진다.

 

@20161126(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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