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꾹나리와 박각시
해마다 10월이면 우리 집 정원 뒤켠에 심어놓은 뻐꾹나리가 꽃을 피운다.
색깔이 다른 두 종류다. 하나는 약간 흰빛을 띄운 꽃잎을 가졌고 다른 하나는 모두 붉은 꽃잎이다.
이곳저곳 많이도 옮겨 다니며 이식을 했다. 마땅히 제자리를 찾을 만한 장소가 없어서였다.
뻐꾹나리가 반음지에서도 잘 큰다고 하여 구석으로 옮기게 된 것이다.
이 뻐꾹나리에 이 맘 때 즈음이면 어김없이 박각시가 날아든다. 참 신기한 일이다.
여러 마리가 한꺼번에 날아와서는 내내 꿀을 빠느라 정신이 없다. 날개 짓이 엄청 빨라서 꼭 벌새와 같다. ‘각시박’인지 ‘박각시’인지 헷갈렸지만 매번 찾아와서 꿀 채취 작업을 하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하다.
싱싱하던 녹색 정원과 이를 싸고 호흡을 맞추었던 푸른 나무들도 조금씩 숨을 가삐 쉬면서 겨울을 준비하는 것 같다. 떨어지는 나뭇잎이 나날이 많아지고 있다.
오늘도 대쪽 갈퀴로 낙엽을 긁어낸다.
소나무가 많은 이웃집들은 낙엽이 덜하다. 우리 집은 대부분 활엽수로 구성되어있어서 찬바람과 겨울비가 내리는 11월이면 온통 낙엽천지다.
@2016년10월6일(목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