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길가 잔디밭
전원생활의 경험이 별로 없던 터라 처음에는 주차장을 담 안쪽으로 만들었었다. 그리고 밋밋하여 철로 만든 파고라에 등나무를 올렸는데 이 또한 모양새가 신통치 않아서 4년 만에 헐어버렸다. 물론 등꽃도 피고 그늘도 있고 하여 그냥 두려고 했으나 아무래도 이건 아닌 것 같아 헐어버리고 큰길가에 좁지만 주차장을 만들었다.
건너편의 교회 목사가 교회주차장에 차를 대라고 진진한 표정으로 몇 차례나 이야기하여 평일에는 이곳에 주차하기로 했다. 그리고 빈 공간을 그냥 둘 수가 없어 며칠 생각하던 끝에 잔디밭을 만들어서 오가는 이들의 쉼터로 활용하기로 했다.
한 판에 1800원 하는 잔디를 스무 개 정도 사서 깔았다. 그리고 가장자리를 4십 센티미터 정도의 간격으로 벽돌로 구분을 짓고 정원에 있는 빈카마이너, 크로코스, 수선화, 무늬둥글레, 왕자꽃, 방울꽃, 무늬비비추 등을 옮겨다 심었다.
안에 있는 철제 의자 두 개와 낡은 유리탁자를 내 놓았다.
큰길가 바로 옆에 만든 공간이어서 동네 어른들의 산책에 쉼터가 될 수 있음은 물론 교회에 오는 신자들의 쉼터도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철조망으로 둘러쳐진 삭막한 울타리보다는 무언가 여유가 느껴지는 듯해서였다.
편안하게 앉아서 우리 집 정원에 피어있는 각종 꽃들을 감상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2017-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