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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4

고라니 한 마리 고라니 한 마리 겁도 없는 놈이다. 남의 집 안마당에 몰래 들어온 저 놈은 무슨 배짱으로 물끄러미 날 쳐다보며 한동안 그러고 있는 것일까? 이른 봄이라면 일찍 나온 꽃잎이라도 잘라 먹을 속셈으로 월담 할 수 있겠지만 바짝 마른 풀잎만 남아있는 황량한 겨울 정원에 산책이라도 나온 것인가? 우리 집 울타리는 구조물로 만든 담이 아닌 에메랄드 골드 측백나무와 회양목을 섞어 조성된 생 울타리여서 이놈들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점프하기 쉽고 나무사이로 쉬 탈출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어 여유 있게 무단침입을 감행한 것 같다. 물끄러미 창밖을 보는데 덩치 큰 고라니 한 마리와 눈을 마주쳤다. 창문을 살짝 열었는데도 도망가지 않는다. 이미 몇 차례 다녀간 적이 있어 별로 놀랍지 않다는 듯 태연하다. 바로 옆.. 2023. 1. 26.
맥문동 자르기 맥문동 자르기 봄이 온 것은 확연한데 아침저녁으로 아직은 쌀쌀하다. 오늘은 바람이 꽤 불어 점퍼를 입고 물안개공원을 다녀왔다. 하루 목표량 7천보는 무난히 달성했다. 아침에 나가보니 제법 크게 올라오던 오리엔탈 양귀비의 잎 세 곳이 무참히 잘려버린 것을 발견했다. 고라니의 야밤식사로 사라진 것이었다. 이 시기에 마땅히 먹을 게 없는 고라니가 우리 집 정원에 그득한 맥문동 잎을 먹으려고 자주 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이건 정말 안타까웠다. 혹시 양귀비 잎을 먹어버릴까 약간 불안해했었는데 역시 맛있는 잎을 그냥 놓칠 리가 없었을 것이다. 내가 방심한 탓이었다. 작년에 구입하여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나온 새싹이 허무하게 사라져버렸으니 정말 짜증이 났다. 그러나 어떻게 하겠는가? 그물망을 씌울까를 생각했으.. 2021. 3. 10.
겨울 고라니 겨울 고라니 우리 집에서 50미터도 채 못 되는 왼쪽 언덕 위 김 씨네는 멧돼지와 고라니 때문에 농사를 못 짓는다고 했다. 교회 위쪽의 이 회장 집에는 얼마 전 멧돼지가 내려와 앞마당을 엄청나게 파헤쳐 울타리를 만든다고 꽤 오래 공사를 했었다. 아침에 정원에 나가보니 하얀 눈 위에 고라니 똥이 소복하다. 꽃밭 쪽에도 고라니 똥이 놓여있다. 올해 들어서 벌써 세 번째인가 보다. 날씨는 춥고 먹을 것이 없으니 동네까지 이놈들이 내려온 것이었다. 우리 집엔 철망으로 된 울타리가 없으니 쉬 들어올 수 있어서 간혹 들어왔다가 간다. 발자취가 선명하거나 동그란 똥을 보면 밤에 몰래 들어온 것이 분명하다. 8년쯤이었던가 보다. 아침에 나가보니 서쪽에 심어두었던 강냉이대가 다 불어져버리고 한창 자라던 알맹이는 온데 간.. 2021. 2. 12.
이웃 새마을지도자 집에서 날아온 것이 확실한 분홍초롱꽃 오래 전에 심어두었던 하얀색의 초롱꽃 이웃 이곳 남종면으로 내려온 지도 벌써 5년이 되어가는 듯하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별 것도 아닌 인생이었지만 회사에 취직해 열심히 일도 해보았고 사업이랍시고 많은 직원을 거느린 채 행.. 2017. 6.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