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꽃이 고개를 들 때
우리 집 정원에는 할미꽃 두 송이가 해를 넘기고서도 봄이면 어김없이 자태를 보인다. 올해는 4월5일에 꽃을 피우면서 벌써 몇 년째 이어오고 있다. 이젠 제법 세월을 견뎌온 듯 몸체가 실하고 아담스럽다.
꽃봉오리가 올라 올 때부터 수줍은 듯 고개를 떨군 채 꽃을 피우는 것이 늘 안쓰러워 몇 번 곧추세워 보아도 도루아미타불이다.
할머니의 꼬부라진 등에서 할미꽃이란 이름이 유래했다던가?
오늘, 할미꽃을 가만히 들여다 보다 할미꽃이 고개를 빳빳이 치켜세우고 있음을 보았다.
꽃잎은 어느새 다 떨어지고 홀씨만 동그랗게 남아 있지만 이제 곧 시들어 바람에 날아 가버릴 시기가 온 것이다.
아, 그렇구나. 세상 모든 짐을 다 버리고 떠날 때가 되어서야 가볍게 고개를 드는 것이구나.
내 미처 이 진리를 깨닫지 못했다. 떠날 때는 아무런 후회도 없이 남아있는 이승의 미련도 없이 그냥 가벼운 몸으로 허리를 쭉 펴고 고개를 드는 것이라는 것을.
@2016년4월30일(금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