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낀 무수리
지난 2월14일 무수리의 일출을 보러 나갔다.
일출은커녕 안개만 자욱하다.
김승옥의 단편소설 무진기행(霧津紀行)이 떠오른다. 소설 속 주인공 윤희중의 행선지가 상상의 도시 무진(霧津)이니 단어 그대로라면 ‘안개 나루터‘가 아니던가?
무수리에는 철판으로 만든 줄배(줄로 묶은 배)가 언제나 나루터에 대기하고 있다. 아예 노가 없다. 넓은 팔당호를 마음대로 다닐 수 있는 배가 아니라 밧줄에 동여매인 채 승선자의 의지대로 앞뒤로만 움직일 뿐이다.
딱 한번 주인의 허가를 받아 건너 쪽까지 다녀온 적은 있었지만 이후로는 단 한 번도 줄배가 출항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늘 그 자리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며, 얼음이 녹기를 기다리며 졸고 있을 뿐이다.
오늘은 안개가 끼어있어 상상 속의 도시 무진(霧津)이 바로 무수리 나루터인 셈이다.
이곳저곳 촬영 포인트를 찾으러 다니면서 나루터를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다.
아주 오래 전 대학을 졸업하고 방황하던 그때, 부산의 송도항에서 쪽배를 타고 일본으로 밀항했던 1968년7월이 오버랩 된다.
@2016년2월14일(일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