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빙(解氷)
날씨가 풀리자 어제 내린 함박눈이 잠시 녹는 가 했으나 오후가 되자 다시 조금씩 얼기 시작한다.
하루의 기온이 이렇게 다르니 정말 동장군(冬將軍)이 봄을 시샘하는지도 모르겠다.
집사람이 친구 만나러 외출하고 없는 날이어서 집안청소도 하고 밀린 바깥일도 대충 마치고나서 막걸리 생각에 냉장고를 열어보니 달랑 한 병만 남아있다. 하루 한 병의 목표가 어느새 초과 되버려 재고가 바닥이 난 것이다.
오늘은 음지에 쌓인 눈 때문에 어차피 산행은 어려울 것 같고 막걸리도 보충할 겸 팔당호를 따라 둘레 길을 걷기로 했다. 물론 카메라를 둘러메고서.
팔당호의 반 정도는 이미 얼음이 녹았는데 겨울의 미련이 아직 남아서일까 강 바깥쪽은 녹다 만 얼음판이 다시 엉켜 붙고 있다.
깨진 얼음과 파란 호수가 서로를 다시 붙잡기라도 하듯 서로 엉켜 붙는 모습이다.
직직거리며 달라붙는 소리가 귓전에 들리는 듯하다.
이런 얼음판의 다양한 모양새가 내 눈엔 한 폭의 추상화같이 보인다.
해도 구름에 가리다가 서산으로 넘어가고 있다.
비록 잠시지만 강열한 태양이 구름을 벗어나 금빛 호수를 만들며 뜨겁게 포옹하고 있다.
붉은 태양이 그리워지는 막바지 겨울 호수의 모습이다.
@2016년2월29일(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