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차한잔 마시며

초딩 친구들

by 빠피홍 2023. 4. 6.

 

 

초딩 친구들

 

 

우리가 늘 만나는 곳이 종로5가 광장시장이다. 아주 오래 전부터 ‘박가네’ 식당에서 막걸리와 녹두빈대떡을 안주 삼아 부담 없이 즐기던 곳이다. 광장시장 안으로 들어가면 중앙에는 간이 의자를 놓고 각종 음식을 파는 곳이 즐비하고 복잡하다. 이곳에 앉아서는 대화도 어렵고 집안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지저분하고 가격은 의외로 비싼 곳이어서 난 도무지 마땅치 않았는데 모두 동감하여 다음부터는 종로3가 쪽 식당을 정해서 모이기로 합의했다.

 

몇 차례 빙빙 돈 끝에 생 대구탕을 냄비에 가득 담아놓은 조그만 가계에 들어갔는데 서비스는 아예 생각도 할 수 없고 시끄럽고 반찬도 부실하여 돌아 나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수도권에 있는 친구들의 정기모임이라 즐겁게 마시고 즐기기로 했다. 나와 이원대는 청하 두 병으로 거의 대부분 내가 마시고, 황보정은 소주 한 병을 자작하고, 윤종림은 막걸리 반병을 자작해서 대구탕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냈다.

 

오늘은 특히 내가 펴낸 책을 직접 전하는 날이기도 했다. 한 달 전인 지난 2월 중순에 대구에 갔을 때보다 나를 포함하여 모두가 더 늙고 힘들어보였다. 전철역 계단의 난간을 붙잡고 한 계단 한 계단 올라오는 친구들의 모습에 아!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올 지경이었다. 역시 나이는 속일 수 없는 것인가 보다. 친구들의 걷는 모습은 나와 대동소이하다. 건물 유리창에 비치는 내 모습에도 허리가 많이 휘어져있다. 걸음걸이 보폭이 점점 좁아지고 아무리 허리를 펴려고 애써도 앞으로 구부러지는 것이 정말 안타까울 뿐이다.

 

윤종림 부인이 약밥을 지어서 친구들에게 주려고 만들어왔다. 재작년인가 집에서 친구들을 초청하여 모임을 가졌을 때도 약밥을 한가득 지어 보내왔었는데 정말 맛있게 만들어 주어서 고마웠다. 이제는 정말이지 서울나들이도 힘들다. 걷는 것이 힘에 부대끼는 느낌이다. 이렇게 만나는 것도 2~3년이 고작일 것 같은 느낌이 진하게 든다.

 

2차 한 잔도 없이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 모두 일어서야 한다. 모두들 갈 길도 멀고 불편한 의자에 오래 버티기도 힘들어서다.

 

강변역을 나오자 도로변에 꽃밭 가꾸느라 정신이 없는 것 같다.

 

 

2023년4월3일

 

 

'차한잔 마시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예스플리즈 홍지원 대표  (0) 2023.05.03
여동생들이 오다  (0) 2023.04.28
‘나는 울릉도 사내’ 출간하다  (1) 2023.03.27
울릉도 친구들  (2) 2023.02.26
빌라드지디에서의 하루  (0) 2023.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