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울릉도 사내’ 출간하다
출판사에 원고를 넘긴지 한 달 열흘 만에 책이 나왔다. 당초에 칼럼집으로 책 낼 계획이 전혀 없었으나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친한 친구의 강한 압박에 마지못해 시작한 것이 이제 결실을 보게 되었다. 올 칼라 판이어서 출판비용 또한 만만치 않았으나 팔십을 목전에 두고 있어 팔순 기념집 비슷한 기분으로 예전에 써두었던 글들을 모아서 펴낸 것이다.
총58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213 페이지의 울릉도 관련 칼럼집인 셈이다. 발문은 내 친구인 정성수 시인이 써주었다. 2007년부터 2022년까지 15년간 ‘울사모’카페에 써왔던 글들이다. 대부분의 글들은 울릉도에서 일어나는 각종 뉴스를 보고 내가 느끼는 것들을 쓰거나 중앙지에서 발표되는 기사들을 보고 울릉도와 연관 지어 써두었던 것 들이다.
오래 전에 쓴 글이어서 시사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약간의 문제였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울릉도에 달려가 내가 주장했거나 희망했던 사항들이 어떻게 변모하고 있는지 확인한 결과물을 덧붙여 책을 펴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으나 그렇게 하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쉽다. 책 내용이 전부 울릉도에 관한 것이어서 울릉인 출신들은 관심이 있을 것 같다. 대부분 이들에게 보내 질 것이다.
책이 도착한 날 “사랑하는 나의 아내 정현용에게 이 책을 바친다”는 글을 책에 쓰고 아내와 함께 오래 전에 묵혀두었던 와인을 꺼내 축하주를 마셨다. 아내도 생각했으리라. 이 책이 판매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며 울릉도를 사랑했던 남편이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배려라고 말이다. 남편이 책을 낸다고 생각 못했지만 막상 활자화가 되어 나오니 기분이 좋은 것 같다. 에피소드가 길어야 4pg, 보통 2pg 전후니 부담 없이 전부 읽겠다고 한다.
오늘부터 지인들에게 연락해 주소를 확인하는 대로 봉투에 주소를 쓰고 책 내지에는 “XXX님 혜존 홍상표 드림”이라고 굵은 붓펜으로 정성스럽게 싸인 할 것이다. 그리고 금주 중으로 대부분 발송 할 것이다. 그간 소원했던 지인들로부터 속속 주소가 들어오고 있다.
2023년3월27일
프롤로그
어쩌면 나는 섬에 포위된 채 한평생을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비록 삶의 터전은 육지였지만 마음 속 심연(深淵)에는 섬과 바다가 늘 껌딱지처럼 내 곁에 붙어 다니고 있었다. 왜 그토록 오랜 세월 질기게도 나를 놓아주지 않았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나 혼자만이 간직한 유년시절의 그리움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원초(原初)부터 내 영혼을 거기에 두고 떠나온 것이었을까? 그곳은 동해의 먼 끝 쪽 섬 은둔의 소왕국 ‘울릉도(鬱陵島)’다.
그래서일까, “울릉도를 사랑하는 사랑방 모임”인 ‘울사모’ 카페를 15년간 운영하며 오늘도 울릉도와 함께 아침을 열고 있으니 전생에 난 이 섬의 노예가 틀림없으리라. 울릉도에 그 어떤 이슈가 있을 때면 조금씩 써왔던 글들이 꽤 모였다. 오래 전에 써둔 것들이어서 시사성이 떨어지긴 하나 내 나름대로 한번쯤 정리하고 싶었다.
언제나 내 영혼은 바람을 타고 귀향(歸鄕)의 해로(海路)를 찾아 헤매어왔다. 이제는 돌아갈 수 없지만 삶이 다할 때까지 내 마음을 실은 해풍(海風)은 흔적 없는 바닷길을 더듬고 또 더듬어 그곳을 찾아갈 것이다.
2023년2월
홍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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