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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마시며

친구들 모임

by 빠피홍 2022. 12. 15.

 

 

친구들 모임

 

 

눈이 펑펑 내리고 있다.

세상은 여전히 이런저런 사건사고로 시끄럽다. 그때도 그러했다. 매년 물가가 오르고 대형 사고가 잦았고 정치권은 시끄러웠다. 밥그릇 싸움도 치열했다. 배신과 무고, 사기, 고소, 고발이 난무했다. 지금도 똑 같다. 삶의 질은 나아졌으나 나라는 여전히 시끄럽다. 어제 뉴스를 보니 영국 주부가 올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없을 것 같다고 걱정을 한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전기 없는 겨울을 전쟁의 포화 속에서 보내고 있다는 소식이 계속 나온다.

 

난 지금 따뜻한 난방 덕에 집 안에서 편히 쉬고 있다. TV를 틀면 한 사안을 두고 좌파우파 패널 들이 천연덕스럽게 정 반대의 주장을 펴고 있다. 보기가 싫어진다. 진영에 따라 어찌 이렇게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는지 순간 채널을 돌리고 만다. 짜증이 나서이다.

 

담배를 끊은 지 어언 20여년이 되었다. 당시만 해도 석 달에 한 번은 심한 독감으로 꿍꿍 앓아 결근이 다반사였고 비염이 심하여 코 푸느라 차안이 늘 지저분했었다. 그리고 고통스러운 인고의 과정을 거쳐 담배를 끊게 되고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감기를 모르고 지금까지 잘 버티고 있다. 그로부터 나의 감기는 심한 기침에 고열이 나는 것이 아니라 머리가 약간 찌뿌둥하고 뭔가 바이러스 같은 것이 내 몸에 들어온 느낌이 들면 그게 감기였던 셈이다.

 

거의 2주 째 건기침에 약간의 열과 변한 목소리로 감기 땜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이제는 기침 한 번 하고나면 허리까지 아프다. 지난 주 대학의 입학 동기생들이 모였다. 지난 11월에 이어 올 들어 두 번째이다. 한 해를 넘기는 송년회인 셈이다. 감기면 어떠랴 마스크 쓰고 조심해서 다녀오겠다고 출발했다.

 

모두 열여섯 명이 모였다. 코로나로 인해 생긴 공백기가 있긴 했지만 모두들 이렇게 많이 나온 것이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정성천 친구가 십 수 년 만에 참석하여 모두들 반갑게 맞이했고 이순복 친구가 차기 회장으로 추대되어 그의 역할을 기대하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학교에 입학한지 58년, 사회에 나와 모임을 갖게 된 지도 어언 40여년의 긴 세월이 흐르는 동안 우린 늙어가는 줄도 모른 채 줄기차게 만나고 있었던 것이다.

 

대부분 현업을 떠나 노후를 즐기는 친구들이 많았으나 아직도 현역으로 뛰는 친구들도 몇 몇 보였다. 각자의 근황소개도 꽤나 재미가 있었다.

 

이제 또 한 해가 지나간다.

학교를 떠나 사회로 나온 우리들이 수소문하여 모인 곳이 명동 로얄호텔이다. 그로부터 마포의 가든호텔에서 처음으로 공식모임을 갖고 긴 시간 우린 많은 모임을 만들어냈다. 김대곤 친구의 부부동반 초청으로 대구에서 보냈던 시간들이 주마등같이 지나간다. 그때 그 자리에 함께했던 몇 몇 친구들, 홍성요, 김성태, 정동일은 이미 세상을 떠나고 없다. 지금 이들 부인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공연히 미안해진다.

 

수 없이 많은 골프모임도 이제는 아련한 옛 추억으로만 남아있다. 프로를 능가하는 멋진 샷을 날리던 허원택 친구도 저 세상으로 떠난 지 벌써 수년이 흘렀다. 산행은 또 어떤가? 이병철 산행대장이 주관이 되어 아마도 100회 이상은 족히 되었을 것이고 어느새 노인으로 변하고만 지금도 가벼운 동네 나들이하듯 끊임없이 꾸준하게 산행 아닌 산행을 이어가고 있다. 회갑여행을 가자고 하여 내 고향인 울릉도를 다녀온지도 벌써 십 수년이 지났다.

 

모임에 자주 나오지 않는 친구들도 보고 싶지만 몸이 아프다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새삼 세월이 많이 흘러왔음을 실감케 한다. 감기로 인해 몸이 약해지고 눈이 펑펑 내려 감상에 젖었기 때문일까 눈 내리던 안암동 자취방에서 막걸리를 마시며 미래를 고민하고 몸부림치던 젊은 날의 내 모습이 엊그제인 양 스치고 지나간다.

 

계속 눈이 내리고 있다.

 

 

@2022년12월15일

 

 

 

 

▲ 회갑기념 울릉도 여행
▼대구 동화사에서 친구들과 함께
▼ 지금 밖에는 눈이 펑펑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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