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차한잔 마시며

고향(故鄕)에 간다는 것

by 빠피홍 2022. 7. 21.

▲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저동 구멍바위 옆에서 남한권 군수의 취임을 축하하고 있다

 

 

고향(故鄕)에 간다는 것

 

 

만 4년 만에 고향을 가게 되었다. 몇몇 지인 이외에는 아는 사람이라고는 별로 없는 고향 길. 그냥 옛 것이 그리워서, 앞으로 가기가 힘들 것 같아 조금이라도 힘이 있을 때 다녀와야겠다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일 때문이고 출향인으로 울릉군수에 당선된 멋진 후배의 취임식 초청도 있고 해서다.

 

▲전 오창근 군수와 남한권 군수
▲김갑출 회장과 임종현 회장의 모습도 보인다

취임식에 맞추지 못하고 강릉에서 오후 세시 배로 저동에 도착했다. 저동 구멍바위 옆에 이미 많은 고향 사람들이 모여서 축하연을 하고 있다. 대부분은 잘 모르는 얼굴들이지만 반가운 얼굴들도 많이 보인다. 미리 와 있던 임종현 회장, 선종우 사무총장, 김갑출 회장 그리고 재향인들 사이로 전 오창근 군수가 반갑게 맞이한다. 재포향우회 방세원 회장 내외 그리고 재구향우회 사무국장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조금 있어 남한권 군수께서도 구멍바위 쪽에서 걸어 나오고 우리 모두들 기쁜 마음으로 등대 쪽으로 넘어가는 저녁노을을 배경으로 하여 군수 당선을 축하했다. 울릉도에 며칠 머무는 사이에 모두들 남 군수의 활약상을 기대하고 있었다. 뭔가 큰 변화가 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넘쳐흐르는 것 같았다.

 

머지않아 낡고 오래된 저동 어판장을 없애고 촛대암 옆에 새로 만들어 옮긴다는 소식도 귀띔한다. 중간모시개 옆에 있는 회센터는 이제 제대로 가동이 되고 있다고 한다. 사동이나 큰모시게, 중간모시게에 있는 CU편의점은 서울보다 더 크고 화려해 보인다. 빵빵한 에어컨의 찬바람이 실내를 시원하게 해주고 있다. 가격 또한 싸다. 카스 캔맥주 한 개가 1400원에 팔리고 있다. 우리 동네보다 훨씬 싸다.

 

▲중간모시게의 CU편의점

초등학교 친구라고는 달랑 두 사람, 여자 친구 김영자와 포항에 있으면서 사동에 자주 다니러오는 한종광 뿐이다. 사동 흑비둘기가 자주 찾는 후박나무 공원에 앉아 오랫동안 종광이와 이런저런 옛 이야기를 나누었다. 맥주 한 캔을 권했지만 마실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얼굴색이 어두워 보인다. 180센티미터를 넘는 키에 건강하던 친구가 술을 멀리하고 음식을 가리는 처지라고 한다. 우리 모두 늙어가는 신호이다.

 

사동항 까지는 걷기가 힘들어 장흥초등학교 까지만 갔다가 돌아왔다. 여기저기에 땅파기 공사가 한창이다. 멀리 울릉크루즈가 보이나 힘이 부쳐 도저히 걸어서 다가갈 수가 없다. 나이 든 탓이어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저동 ‘관해정’에 있는 후박나무가 시든다고 하여 모두들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박정희장군 기념비’는 깨끗하게 색칠을 다시 하여 읽을 수 있도록 만들어놓았다. 뒤쪽에 기록된 기념비 제작에 도움을 준 이름들이 나열되어있다. 아는 사람이 꽤나 많다. 하천조, 배성문, 서연철 등등......

 

▲도동항 우안도로▼좌안도로 모두가 깔끔해졌다

도동 해안가의 변화가 내겐 큰 기쁨이었다. 도동터미널에서 사동쪽 우안도로와 좌안도로에 너저분한 간이횟집들이 몽땅 사라져 너무나 깨끗해서 기분이 좋았다. 업자들 몇몇이 무단으로 점유하던 공간을 관광객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다시 회복하여 자연 그대로의 깔끔한 인상이 너무 좋았다. 고등어와 전갱이를 잡고 수영도 하고 바위위에서 다이빙하던 그 바위는 그대로 지키고 있어 좋았다.

 

도동에 있는 ‘박정희장군 역사관’은 내가 일곱 살 무렵 살던 곳이다. 전문 안내인이 친절하게 설명을 한다. 내가 살았던 옛 이야기를 하자 지난 일들을 잘 알고 있었다. 뛰놀던 방공호도 굳게 문이 닫힌 채 그대로였다. 만감이 교차한다.

 

▲박정희장군 기념관 뒤쪽에 있는 일제시대의 방공호▼본채

와다리 굴을 지나면서 완전히 뚫린 일주도로의 즐거움에 잠시 빠져든다. 강꼬배로 들어가거나 정매화 골짝에서 급격한 경사를 타고 내려가던 와다리는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멋지게 지어놓은 휴게소 같은 건물이 너무 조용해 보인다.

 

▲와다리 로타리에 있는 휴게소 건물(?)

내가 14년간 운영해왔던 카페 ‘울사모’의 후임 매니저를 정하고 만나서 의논하는 것이 첫째로 중요한 일이었는데 하루 종일 둘이 앉아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빠른 시일 내에 몽땅 위임하기로 결정을 했다. 죽암상회 건물에 민박을 운영하고 있는 김광수씨가 2대 ‘울사모’ 매니저가 되는 셈이다. 잘 해줄 것으로 기대를 한다.

 

태하동을 거쳐 남양리에 있는 버섯집 김병렬 교수 댁에도 가보았다. 울릉도가 좋아 부인과 함께 단둘이 정착해 살고 있다는 두 분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내년 봄에 많은 야생화 꽃씨를 보내주기로 약속을 했다. 부디 건강하시길.

 

내년에는 대형 공모선이 호주에서 들어오고 내 후년에는 비행기도 뜬다는 소식 때문일까 모두들 기대에 부푼 듯하다. 땅값도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고 하고 각종 투자도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것 같다.

 

고향을 떠나 온지 어언 65년, 울릉도가 천지개벽하고 있다. 땅은 좁고 관광객은 삽시간에 늘어날 전망이고 각종 인프라는 한정 되어있는 오늘의 울릉도는 어떻게 변모할 것인가? 모두들 남한권 군수의 역할을 기대하는 듯하다. 그리고 죽암에 거주하고 있는 ‘울사모’카페 2대 매니저 김광수씨의 역할 또한 기대가 크다.

 

 

@2022년7월10일

 

 

 

 

'차한잔 마시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울사모 카페’ 매니저를 내려놓으며  (0) 2022.08.06
고향(故鄕)에서 대접을 받는다는 것은  (0) 2022.07.23
친구 정 성수  (0) 2022.07.14
꽃보다 친구  (0) 2022.07.12
AI로 그린 그림  (0) 2022.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