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쌈지공원
대학 시절 여름날 부산이었다. 친구와 그의 여자 친구 그리고 나 셋이서 해진 후 찾아간 곳이 음악이 흐르는 숲이 우거진 언덕 위 쉼터였다. 낙동강을 낀 섬 같은 분위기의 무슨 공원이라고 했는데 달빛과 갈대와 스피카에서 나오는 음악은 오랫동안 잊혀 지지 않고 지금도 내 기억 속에 남아있다.
달빛에 하늘거리는 갈대와 여름밤 숲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어쩌다 지나치는 카페나 공원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면 늘 그때가 연상 되어 마음이 차분해진다.
한 달 전인가 보다. 길 건너에 사는 김교수로부터 점심을 같이 하자고 한다. 큰어르신도 함께한다고 했다. 셋이 찾아 간 곳이 카페 칸트였다. 예전에 한정식을 하던 ‘전주식당’으로 자주 찾던 곳인데 최근에 카페로 바뀌어있었다. 넓은 정원에 음악이 잔잔하게 흐르고 있었다. 야외용 스피카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차를 마시며 우리 마을 공원도 음악이 흐르는 시스템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오갔는데 며칠 후에 큰어르신으로부터 바로 설치하겠다는 소식이 왔다. 참 못 말리는 분이다. 결정이 나면 주저하는 법이 없다. 모두 이백만원이라고 했다. 모두 본인의 사비로 부담하는 것이다.
안개가 많이 낀 월요일 오전, 굴삭기로 홈을 파놓은 후에 스피카를 설치할 배선 팀이 왔다.
마을회관에서 정자까지 사이에 세 곳의 보도블록이 있고 잔디가 침범하지 못하도록 철판 에지를 깔아두었는데 내 역할은 보도블록을 빼내어 배선이 쉽게 묻히도록 하는 일과 배선을 깐 후에 다시 보도블록을 끼워 맞추는 작업이었다. 시골일이라는 것이 그렇다. 누가 누구에게 지시를 하지 않아도 다들 그냥 알아서 하는 것이다. 쪼그리고 앉아서 하는 작업이 쉽지는 않다.
오늘 드디어 스피카에 선을 연결하고 정자 위쪽에 앰프를 설치했다. 큰어르신은 클래식을 매우 좋아하는 분이고 김교수는 학창시절 다방에서 DJ를 한 경험이 있어 모두 음악에 깊은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다.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를 서로 논의했다. 결론은 블루투스와 USB를 이용하여 주민 각자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 수 있도록 했다. 물론 외부인이 와서 스마트폰으로 본인이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난 앰프에 각종 음악을 세팅해두어 하루 종일 들리도록 하는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생각이 이렇게 다른 것이다. 어찌되었건 음악이 흐르는 작은 공원이 된 셈이니 사용방법은 차차 생각하면 될 것이다.
@2021년11월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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