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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의 일상

고즈넉한 주말에

by 빠피홍 2021. 9. 30.

 

 

 

고즈넉한 주말에

 

 

오전 일찍 쌈지공원의 꽃밭 물주기와 정자주변 청소를 마치고 정원 의자에 앉아있다. 하늘이 높고 그렇게 맑을 수 없다. 구름은 완전히 정지되어있다. 앞쪽 넓은 정원은 이제 주인이 바뀌었고 오래 전에 심었던 나무들이 하나둘씩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의자 바로 옆에 있는 히어리와 안개나무가 경계 건너에 서있는 것이 어쩐지 낯설어 보인다.

 

대부분의 꽃들이 지고 가을꽃들이 피기 시작하는데도 이전처럼 큰 매력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사람의 심리가 참으로 묘하다. 내가 애정을 갖고 직접 물을 주고 꽃과의 눈 맞춤을 하던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정들여 심었던 나무와 꽃들이 이제 남의 것이 되었다는 것이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인가?

 

해국 몇 송이가 피기시작하면서 머지않아 해국으로 장관을 이룰 것이다. 뻐꾹나리도 많이 불어나 군집을 이루며 꽃들이 피기 시작한다.

 

다음 달 쌈지공원으로 시집보낼 수양 벚에 벌써 노란 잎이 많이 달렸다. 며칠 내로 낙엽이 다 떨어질 것이다. 좀처럼 꽃을 피우지 않던 수양벚 나무가 재작년 봄부터 피기 시작했는데 정원이 좁아져서 이제 헤어질 수밖에 없는 수양벚을 물끄러미 바라다본다. 그리고 이곳으로 옮겨와 자리를 잡을 금송을 그려본다.

 

막걸리를 마시면서 조수미의 노래를 몇 번이고 되풀이 해 틀고 있다. 친구 윤정인이 내게 알려준 “Love is just a dream”이다. 마음이 차분해진다.

 

 

@2021년9월26일

 

▲ 수양벚이 있는 곳으로 옮길 예정이다
▲ 다음 달에 공원으로 옮길 수양벚
▲▼ 용담초가 피었다
▲ 봄에 피는 망종화 한쪽이 구석에 피어있다
▲▼ 엄청 크게 자란 해국이 곧 만개할 것이다
▲ 아스타 공작
▲▼ 뻐꾹나리
▲ 꽈리 ▼ 구절초
▲ 늦게 핀 디기탈리스와 ▼ 백일홍
▲ 자엽백일홍 ▼ 구절초
▲ 의자에 앉아 본 안개나무와 히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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