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의 재능, 세가지 ‘꾼’
손자의 사진과 그림 데생 몇 장이 카톡으로 왔다.
코로나로 인해 학교에도 못가고 영상으로만 공부를 하고 있으니 짜증도 나거니와 숙제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는 투의 대답을 하는 것을 보면 답답할 것이다. 그래도 동네에 있는 또래의 한국 친구들이 몇 있어서 좋은 것 같다. 그들의 부모들과도 자주 어울리는 것 같아 보인다.
엊그제 보내 온 그림을 보면서 서 너 살부터 보였던 손자의 재능이 생각났다. 세 살도 채 되지 않았던 때부터 지금까지 그의 재능을 옆에서 보았는데 갑자기 나의 어렸을 적 생각이 오버랩 되어 잘 자라주기를 기대해본다.
[장사꾼]
손자가 세 살이 채 되지 않았던, 물론 말로 의사를 전달하지 못하던 때 나와 같이 물건 파는 장사놀이를 했는데 내가 상점 주인이었고 손자는 손님이었다. 크레용과 숟가락 등 여러가지 팔 물건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는데 손자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내가 물건을 건네주고 그는 고개로 깍듯이 인사를 하며 돈을 내게 주는 놀이였다. 몇 차례 놀이 끝에 손자가 내 자리에 와서 무언가 손짓을 하며 나를 끌기에 무슨 뜻인지를 몰라 당황했는데 자기가 상점 주인을 하겠다는 제안이었다. 몇 차례 서로 위치를 바꿔가며 한동안 상점놀이를 했었고 손자는 매우 만족해하는 표정이었다.
[춤꾼]
손자는 막대기나 젓가락으로 밥그릇 두 개를 놓고 장단을 맞추면서 노는 걸 좋아했다. 그리고 네 살 때 즈음 집 안에 있는 용모양이 박혀있는 저금통에 동전을 넣으면 노래가 나오는데 이 노래에 맞춰서 춤을 멋지게 추었다. 그리고 몸놀림이 멜로디에 따라 리듬을 타며 자연스럽게 움직이다가 마지막 엔딩도 정확했다. 그리고 BTS의 노래에 맞추어 잔디밭이나 집 안에서 추는 춤은 프로에 가까울 정도로 현란했다. 최근에 보내온 동영상을 보아도 춤 실력은 여전한 것 같다.
[그림꾼]
손자는 그림으로 멋진 상상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우리 집에 등받이 없는 작은 나무의자가 하나 있어 손자가 꼭 이 의자에 앉곤 했는데 이 의자 밭침에 어느 날 멋진 그림을 그렸다. 지금은 잉크색이 바래져 잘 보이지 않지만 할머니가 요리를 하고 우리 가족이 둘러앉아 먹는 그림이라고 설명을 해주었다.
최근에 보내 온 사과 그림과 올빼미, 기린 도해그림, 영어로 된 강아지 그리는 설명서 등으로 나날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금 눈이 많이 내리고 있다.
올 들어 벌써 네 번째다.강한 바람과 함께 영하 10도나 되어 체감온도가 영하 20도 정도는 될 것 같다는 예보도 있어 걱정이다. 집사람이 차를 끌고 나갔으니 돌아올 때가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다. 길이 미끄러워 지난번처럼 사고라도 나면 하는 걱정 때문이다.
@2021년1월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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