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피니움의 죽음
‘델피니움 다크블루화이트’ 두 개가 올봄에 새 식구가 되어 예쁜 꽃을 피워주었다. 짙은 청색바탕에 하얀 포인트는 정말 매력적이었다. ‘참제비고깔’보다 키 작고 바람에 쉬 넘어지지 않을 것 같은 탄탄한 줄기도 있었는데 두 개 모두 성장을 멈추더니만 잎과 꽃이 갑자기 시들해져버렸다. 한창 성장해야 할 시기인데 깜짝 놀라 옆에 있는 다른 종의 델피니움을 보니 꽃은 이미 졌지만 잎은 여전히 싱싱했다.
내 입이 방정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번 가을에 꽃씨를 받아 내년 봄에는 가득 심고 이웃에도 나누어줘야겠다고 몇 번이나 다짐을 했는데 이게 사달의 원인이 된 것 같아 여간 찜찜한게 아니었다. 너무 아쉬웠다. 작년에 구입했던 델피니움 씨앗은 올봄에 파종을 했는데 한 개도 나오지 않아 1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에 내내 아쉬움이 컸다.
어제 내가 즐겨 이용하는 쇼핑몰 ‘꽃삼매몰’에 들어가 보았더니 같은 종류의 델피니움을 판매하고 있었다. 시기적으로 지금 구입해보았자 이 뜨거운 햇볕에 견뎌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을 것 같아 자신이 없던 차에 지난 4월에 내게 보내준다던 ‘응달나리’가 생각나서 응달나리 대신에 델피니움을 보내줄 수 없느냐고 문자를 보냈더니 회신이 왔다. 바로 보내주겠다고.
그리고 하루 만에 델피니움 세 개가 도착했다. 꽃이 피는 놈, 꽃봉오리가 조금 나온 놈과 어린놈이었다. 꽃은 이미 다 졌을 것이고 어떤 상태로 올지 궁금했었는데 좋은 상태로 왔다. 어디에다 심을지 망설이다가 미니하우스가 있던 곳에 상토를 썩어서 흙을 부드럽게 한 다음 차양막을 세우고 물을 듬뿍 주었다. 잘 관리하면 내년에도 예쁜 꽃을 피울 것 같다. 기대가 된다.
@2020년7월11일(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