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원의 일상

망중한(忙中閑)

by 빠피홍 2020. 5. 12.

데크에서 바라다 본 정원과 앞 산

 

 

망중한(忙中閑)

 

 

어제 저녁부터 조금씩 내리던 비가 오늘은 아침부터 쉴 새 없이 내리고 있다.

 

지난 두 달 동안은 하루도 쉴 새 없는 강행군이었다. 남쪽 울타리인 쥐똥나무가 잡초에 뒤덮여 죽거나 성장을 못해 듬성듬성 구멍이 난 것들을 앞집 한씨의 협조로 모두 뽑아버리고 건너편에 보이는 큰어르신의 제안으로 회양목을 모두 이곳으로 옮겼다. 그리고 주목 세 그루와 매실나무 두 그루도 동시에 옮김으로써 미결로 남아있던 울타리 경계를 마무리 했다.

 

그리고 새로 집을 지을 때 허가조건으로 구입한 나무 중에 매실나무 여덟 그루를 동네의 쌈지공원으로 옮겨 심는 작업도 꽤나 힘든 작업이었다. 말라 죽을까 걱정이 되어 물을 주면서도 잘 살아주기를 희망했고 다행히 모두 잘 살아있는 것 같다.

 

좋은 나무들도 꽤 심었다. 대림묘목농원에서 구입한 ‘레이디인핑크’ ‘셀릭스’ ‘스카이폴’ 등과 가산원예에서 구입한 ‘황철쭉’ ‘반펠츠’ 그리고 늘 구입하지만 ‘꽃삼매몰’에서 온 이런저런 꽃들.

 

3월 중순부터 시작한 꽃씨 심기도 인내심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꾸부리고 앉아 스프레이로 물을 주는 과정이 내내 허리에 부담을 주었기 때문이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근 50여일간 물주기와 비닐덮개 열기, 저녁이면 닫기 등 힘든 일이었지만 새싹이 돋아나는 즐거움으로 보상을 받은 셈이었다. 그리고 새끼 새들이 이소(離巢)를 하듯이 백일홍부터 시작하여 과꽃, 패랭이, 디키달리스를 밖으로 옮겨 모종심기를 시작했다. 정원에서 채집한 꽃씨들은 쉽게 잘 자라주어 이제 헬레니움과 비단동자를 옮겨 심으면 1차는 끝나는 셈이다.

 

이케야에서 간단한 테이블도 새로 구입했고 생각하지도 않았던 데크 공사를 시작하여 그 즐거움이 꽤 오래 갈 것 같다. 황철쭉이 있는 곳과 영산홍과 비단동자 앞에서 핸드폰으로 찍은 데크 그림이 아름답다. 오늘 애들에게 카톡으로 소식을 전했더니 감탄사 연발이었다. 어버이날 선물로 손자가 예쁘게 그림을 그려 보내왔다. 내게는 튤립을, 집사람에게는 화장품을 들고 있는 그림이었다.

 

비가 계속 내리고 있다.

앞산 멀리에서는 옅은 안개가 산허리를 감싸고 있다.

임영웅의 ‘보라빛 엽서’를 들으면서 막걸리 한 잔을 탁자에 올려놓고 조용히 쉬고 있다. 오랜만에 만끽하는 비오는 날의 망중한이다.

 

 

@2020년5월9일(토요일)

 

오른쪽 서쪽방향으로 본 정원
왼쪽 동향으로 난 정원

 

미국 뉴욕에 있는 손자의 어버이날 선물. 이제 글씨도 제법 배워 어른스럽다.

 

 

'전원의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단동자 모종 심기  (0) 2020.05.15
헬레니움 모종 심기  (0) 2020.05.14
반펠츠 블루  (0) 2020.05.11
모종 심기  (0) 2020.05.10
데크 공사  (0) 2020.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