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단과 홍황철쭉
목단이 개당 3만원이 넘어 주저주저했던 것이 결국에는 아주 오래 전에 심어두었던 딱 한 그루가 유일하게 남아있어서 몇 차례 꽃을 피워주곤 했었는데, 그것도 최근에는 매번 장소를 옮기다 보니 가지가 부러지고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신세로 전락한 셈이 되어 어느새 자취가 사라져버렸다. 우리 마당에 목단이 있었던가 기억조차 없을 정도였다.
겨우 찾아내어 또 한 번 양지를 찾아 옮겼는데 살아날지 의문이었지만 지난 달 엷은 잎새가 보여서 긴 겨울을 이겨낸 것이 기특했다. 집사람이 목단 세 그루를 내 생일 선물로 사주겠다고 했는데 또 연기되고 말았지만 엊그제 우연히 쳐다 본 목단에 잎사귀가 세 갈래나 나와 있었다. 정말 신기했다. 그리고 미안하기도 했다. 내가 소홀히 하여 이렇게 된 것에 대해서다.
3년전에는 안사돈이 목단 한그루를 선물로 보내왔는데 처음부터 시들하더니만 끝내 죽고 말았다. 손자가 외할머니 선물이라면서 꽃 명패에 자기가 멋지게 싸인까지 해 둔 목단이었는데 한 번 꽃을 피우고는 죽고 말아 손자에게 설명하기가 정말 곤혹스러웠다. 새로운 목단을 새 식구로 들이든 말든 이번에는 옮기지 않고 잘 보듬어 키워볼 작정이다.
‘홍황철쭉’의 그 묘한 분홍색 빛깔을 내가 좋아하는데 이 또한 추위에 부주의한 탓에 다 죽고
말았다. 그 후 몇 차례 작은 묘목을 구입하여 심어보았지만 또 실패를 한 끝에 마지막 남은 이 작은 묘목이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오더니만 올해 처음으로 두 개의 꽃망울을 피웠다. 비록 10센티가 넘을까 말까하는 이 나무도 다음 주에는 확실히 작은 꽃을 피울 것이다.
‘아카판사스’도 마찬가지다.
보랏빛 꽃이 너무 아름다워 구입했는데 노지월동이 어렵다고 했다. 집 안에 들여다 놓고 간혹 물을 주면서 겨울을 보내고 3월 초 밖에 내 놓았는데 너무 일찍 서둔 탓에 냉해를 입고 말았다. 누런 잎을 잘라내고 화분에서 빼내어 땅에 심었다. 이 또한 앞으로는 관리를 잘 해야겠다. 귀찮더라도 추위가 오면 화분으로 옮겨 안으로 들여다 놓고 봄이면 내 놓는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겠다.
@2020년5월3일(일요일)